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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큐베리 Jan 23. 2024

부족함을 바라보는 시선

감사가 준 선물

예배를 드리면서 강대상 바로 앞에 있는

음향박스가 눈에 띄었다.

다른 때에도 있었던 음향박스였는데,

오늘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문가가 없었던 우리 교회는 낡은 엠프와 음향기기가

강대상 주변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음향기기를 제대로 갖추어 놓고, 사용하기 편하게 까지 만들려면 수백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작은 교회에서는

감당하는 것이 어려웠기에 아빠는 손수 만들기 시작하셨고,

어느 날 그것이 완성되었다.


무더운 여름날 땀 흘리며 만드셨을 그 음향박스가

내 눈엔 너무 작고 초라해 보였었다.

"아~아빠!! 그냥 쫌!! 그냥 쓰시지.

뭘 이렇게 또 만드셨어요."

음향기기가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은 것보다

아빠 혼자서 고생하셨을 생각에 속상함이 몰려 왔었다.

음향박스는 나에겐 속상함과 부족함의 이름이었다.

시간이 흘러 오늘 내게 보였던 그 음향박스는

예전에 내가 보던 궁상 담긴 음향박스가 아니었다.

없어서,부족해서 궁상맞게 만들어진 음향박스가 아니라 소중했고, 감사했다.

아빠가 원하는 크기로 우리가 갖고 있는 음향기기에 딱 맞게 만들어진 음향박스는 감동이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사이즈와 공간의 조화는

아빠의 손재주를 다시금 빛나게 해 주었다.

'아! 우리 아빠 솜씨 너무 좋으시네. 불필요한 게 하나도 없어'

'이것도 아빠가 만드셨지. 그래.. 우리 아빠 정말 대단해'

돈으로 살 수 없어서 직접 만드셨던 것들이 더 이상 아픔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빠가 손수 만드셔서 더 멋지게 보이네'

익숙한 자리에 있던 그것들이 내 시선이 바뀌자

부족함이고, 결핍이라 생각했던 순간들이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감사함을 느끼며 산다는 게 나도 모르게 감사함으로

다시금 해석할 수 있는 시선도 선물해 주는 것 같다.


솜씨 좋은 아빠의 딸로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나간 결핍도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것을 기록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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