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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큐베리 Mar 31. 2024

과학을 초월한 둘째

두 번째 출산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주말부부를 하는 우리였기에 역시 둘째는 쉽지 않았다.

연년생으로 낳아서 키우고 싶었던 터라 매일 같이 둘째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만 커질 뿐 소식은 없었다. 아무리 주말부부라지만 임신이 되지 않는다는 게 걱정스러웠다.

남편이 오는 주말을 기다리면서 배란시기를 체크했다.

사실 계산해도 의미가 없는 게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하는 거라서 어려웠다.

1주일에 한번 남편이 온다면 뭔가 딱 들어맞도록 노력해볼 수 있는 부분일 텐데...

남편은 2주에 한 번씩 집에 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는 매달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지금 아니면 4년 터울이 되기에  해가 바뀌기 전에 성공하고 싶었다.


어느 날 나는 남편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으며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나 올해는 꼭 둘째 낳고 싶어. 이번 달 매직 풀리고 나면 우리 병원 가보자.”

마음을 내려놓고, 월경이 끝나면 남편과 병원을 가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다달이 찾아오는 매직은 다녀갔고, 난데없이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왜 이렇게 소화가 안 되는 거지? 이상하다.’

소화력 하나 끝내주는 내게 소화가 안 되는 증상과 더불어서 김치 냄새조차 맡기 싫은 건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신호로 느껴졌다.


‘에이~ 설마. 나 지금 마법 풀린 지 얼마나 됐다고~ 말도 안 되지. 그럼 혹시 아픈 건가?’

이상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첫째 때도 입덧 없이 그냥 지나갔던 터라 이런 증상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뭐지? 이게 입덧이라는 건가? 아니면 위염증상? 이런 것들인 가?’


어차피 병원 가려고 했던 터라 불임 상담 하기 전에 증상에 대해 말하면 될 것 같아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로 갔다.

내 증상을 담당의사에게 말했다.

“제가 얼마 전에 월경이 끝났거든요. 그런데, 며칠 동안 이상하게 속이 울렁거리기도 하고,

아랫배가 가끔씩 아파서요. 자궁에 문제가 있는 건지... 혹시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일단 한번 초음파로 볼까요? 자궁도 살펴봐야 하니 겸사겸사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 가만있어보자. 여기! 여기~~~ 어?”

의사는 초음파를 보면서 마우스 키를 누르며,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혹이라도 있는 건가?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역시 자궁에 뭔가 문제가 있긴 있었구나.

임신이 어려웠던 이유가 있었네...’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초음파만 사방으로 살펴보는 의사 선생님 덕분에 난 혼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축하드립니다. 임신 이에요. 아직 극초기인데, 증상이 느껴졌었나 봐요.”

“네? 임신이라고요? 아닌데... 그럴 일이 없어요. 저 이번 달 월경한 지 얼마 안 지났어요.”

임신을 기다린 건 사실이지만,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종종 이런 경우가 있긴 합니다. 과학적으로 증명하긴 어려운데... 어쨌든 임신 맞아요.”

‘자궁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려 했던 건데~ 임신이라고?’

“정말 임신 맞다고요? 이대로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거예요?”

불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러 갔던 병원에서 산모수첩을 받아 들고는 믿기지 않아 계속 물어봤다.


산모수첩에 적힌 예정일을 보면서 남편과 손가락 접어가며 계산기 두드리듯 날짜를 세봤다.

몇 번을 다시 세어봐도 임신 가능성이 없었다.

불임이란 생각에 진료를 받으려 했고, 진료과정이 힘들다면 한 아이만 잘 키워야 하나 했는데...

‘나 드디어 임신한 거야?’

임신 사실을 양가부모님께 말씀드리자 진심으로 기뻐해주셨다.

“임신 이야기가 없기에, 첫째만 낳고 안 낳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감사하다. 감사해!”

“임신 축하한다. 잘했다. 잘했어. 아이 둘은 있어야지”

부모님들 모두 말씀은 안 하셨지만 그동안 걱정이 많으셨던 모양이다.


과학에 맞서며 잉태하게 된 둘째 아이는

내 뱃속에서 10달을 지내면서도 과학과 마주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확률 50:50 기형아 출산에서도 과학을 이겨냈고,

종플루 후유증 또한 무던하게 이겨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는 아이의 손가락, 발가락, 머리카락 수까지도 세어 보려 하며,

아이에게 내가 앓았던 질병이 해를 끼쳤을까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아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다.

이렇게 나는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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