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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남샘 Jan 18. 2024

나의 묘비명

삶의 가치는 주어진 생이 한 번임을 강하게 인식할 때 찾아온다.

지금까지 삶의 가치를 찾는 새로운 행동에서 비롯되는 불편한 감정들을 대하는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삶의 가치를 찾는 여정에서 만나는 낯설고 불편한 감정을 수용하고, 흔들릴 때 가치를 향한 여정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더 큰 나로 중심을 잡는 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처럼, 삶의 가치를 찾는 여정은 낯설고 불편한 감정들을 만나게 하며, 익숙한 삶의 패턴에서는 하지 않아도 될 노력들을 하게 합니다. 삶의 가치를 찾는 새로운 행동이 낯설고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게 함에도 불구하고 삶의 가치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삶의 가치를 찾는 이유는 행복하고 생동감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입니다. 수용-전념 치료에서 이야기하는 가치는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으로 선택의 순간에 나의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이선영, 2017). 우리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많은 선택을 합니다. 삶의 가치는 그 선택들을 습관과 구별하는 역할을 합니다. 선택의 순간에서 지금 이 순간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익숙한 삶의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행동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가치는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서 자기 자신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행동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가치는 우리가 흔들리고 약해질 때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길을 비춰주는 등대와 같습니다. 가치를 향한 여정에서 우리는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또, 계속되는 걱정거리에 밤잠을 설칠 수 있고,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놓아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삶의 가치는 불확실한 일에 도전을 할 때 경험하는 불안과 같은 불편한 감정이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일깨워 줍니다. 불안, 실망과 같은 불편한 감정들이 삶의 가치를 찾는 새로운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찾아왔음을 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이처럼, 가치는 불편한 감정과 함께 자신이 선택한 여정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길을 비춰주는 등대의 역할을 합니다.

삶의 전환점이 되는 선택을 하는 계기는 삶이 영원하지 않으며 언젠가는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는 사실을 강하게 경험하는데서 출발합니다. 주어진 생은 한 번이며 그 생을 지금까지 반복된 일상으로 채우기에는 허전하고 후회가 된다고 느낄 때 자신이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합니다. 주어진 삶을 다 살고 나서 자신의 묘비에 적을 이야기를 미리 그려보는 것은 삶의 가치를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비켜나서 자신이 가치를 둔 일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경험적 연습을 소개합니다(Hayes & Smith, 2010).

<경험적 연습 - 나의 묘비명>

1. 이번 생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모두 사용하고 죽음을 앞두었다고 상상해 봅시다. 학창 시절을 거쳐 직업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은퇴를 해서 여생을 보낸 나의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

2.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묘비명에 남기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 생각해 봅시다. 이번 생에서 가족과 친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어떤 직업을 얻고 무엇을 취미로 삼아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갈지 떠올려 봅시다.

3. 묘비명에 적힌 가치대로 이번 생을 살았을 때 자신의 모습이 어떠할지 상상해 봅시다.

4. 지금 나의 모습이 그 묘비명에 적힌 가치대로 살고 있는지 돌아봅시다. 죽음을 앞두었을 때 이루고 싶은 가치를 방해하는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이 있나요?

※ Hayes, S. C., & Smith, S.(2010).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새로운 수용전념치료. 문 현미 민병배 역. 서울: 학지사. ‘당신의 비문’ 참고.

교실에서 ‘나의 묘비명’ 연습을 해보면 많은 아이들이 쉽게 자신의 가치를 적지 못합니다. 평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라도 써보라고 채근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빈칸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쓰기보다 주변 사람들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기준에 맞는 가치들을 적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빈칸을 채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자각입니다. 눈앞의 빈칸을 두고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진지한 고민이 삶의 가치를 찾는 출발점이 됩니다.

묘비명에 적을 가치에 따라 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망설임입니다. 삶의 가치를 향한 새로운 도전이 불러오는 불편한 감정들이 두려워 시작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익숙한 삶의 영역에서는 경험하지 않아도 될 불안, 실망과 같은 감정들은 가치를 향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주저하게 합니다. ‘나의 묘비명’ 연습으로 자신의 인생을 미리 그려본 경험은 가치를 찾는 여정이 불러오는 불편한 감정에 주저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불안, 실망과 같은 불편한 감정이 두려워서 가치를 향한 도전을 주저하기에는 이번 생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묘비명’ 연습은 삶의 가치를 찾는 여정에 기꺼이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가치를 찾는 행동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목표를 향한 도전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가치를 향한 여정은 그 자체가 성공입니다. 삶의 가치를 찾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출발점에서 찾아오는 망설임을 수용하고, 그 여정이 불러오는 낯선 감정들과 함께 여정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신의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의 가치를 찾은 경험은 삶을 보다 풍요롭고 생동감 있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