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비' 수용-전념 치료에서 받을 수 있었던 가장 따뜻한 메시지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으려면 자기 자신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수용-전념 치료에서는 불안,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Smith & Hayes, 2010). 능력이나 의지에 상관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는 수용-전념 치료의 메시지는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운 순간에 스스로를 탓하지 않고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불안,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이 힘든 순간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탓하지 않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임을 일깨웁니다. 스스로를 탓하지 않고 따뜻하게 안아준 경험은 불안, 우울과 같이 그동안 문제라고 생각해서 외면했던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자기-자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불안과 좌절과 같은 힘든 감정들을 자신에게만 찾아오는 불행이라고 여기지 않도록 도와줌으로써 스스로를 탓하지 않고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마음이 아플 때 필요한 건 자책이 아니라 위로입니다. 위로는 부정적인 감정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며, 혼자만 겪고 있는 일이 아님을 경험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자책하지 않고 위로할 수 있어야 우리는 자신을 괴롭혀온 감정들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수용’은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에게서 벗어나거나 통제하기 위해 썼던 시간과 힘을 지금 이 순간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선택을 하는데 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에게만 머무르던 시선을 돌려 지금 이 순간 숨어 있는 작은 변화의 씨앗을 알아차릴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불편한 감정, 생각, 그리고 기억과의 싸움을 그만두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삶을 살아가라는 메시지는 ‘포기’ 또는 ‘합리화’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애써 괜찮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수용’은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외면하거나 아프지 않다고 속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 생각, 그리고 기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그것들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를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수용’입니다. 불편한 감정, 생각, 그리고 기억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수용’은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며, 마음과의 싸움에서 빠져나와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내가 바뀔 수 있었던 경험은 다른 사람도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줍니다. 자기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경험은 힘든 순간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위로를 받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합니다. 진심은 서로에 대한 의심을 지우고, 나의 마음을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도록 우리를 안심시켜 줍니다. 타인과의 관계가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좀 더 기다릴 수 있도록 여유를 줍니다.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이 마음이 힘든 순간에 자신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
- Hayes, Steven C.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서울: 학지사, 2010.
- Luoma, Jason B. 수용전념치료 배우기. 서울: 학지사, 2012.
- Wilson, Kelly G. (수용전념치료에서 내담자와 치료자를 위한) 마음챙김. 서울: 학지사, 2013.
- Hayes, Steven C. 수용전념치료. 서울: 학지사, 2015.
-수용-전념 상담사 training 자료집, 2023. 서울: 서울 수용과 전념 치료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