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 이별의 적정 시기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라면
이제 그만 다가서는 걸 멈추고
멀어져 보려고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남들은 다 알고 있었던 걸 나만 이제야 안 것 같다.
"너랑 쟤는 안 되겠다, 쟤 말고 딴 사람은 어떠냐?
그런 말을 들었던 것도 같은데, 그땐 안 들렸다.
"니들이 몰라서 그렇지, 우리가, 내가 쟤랑 얼마나 찰떡인데,
그리고 나는 쟤없이 안 된다니까."
내 마음은 오래.. 그랬다.
내가 걔를 안 지는 아주 오래됐고,
본격적으로 만난 건 이제 10년이 넘었나 봐.
그 10년이 나라고 다 좋았을까.
그래도 헤어질 마음을 먹지는 못했다.
나는, 걔 없이는 뭐가 될 것 같지 않았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았으니까.
몰라,
이제 걔가 없는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그렇다고 걔가 있어서 주말이 늘 즐거웠던 것도 아닌데.
마주하면 괴롭고, 외면하면 더 괴롭고.
차라리 '이번주는 일이 너무 많아 못 만나' 이런 핑계를 댈 수 있던 주말이 덜 괴로울 때도 있었고.
걔가 버거워진 건 올해 초부터였던 것 같아.
내 마음도 예전 같지가 않더라고.
마음은 식고, 나이는 들고, 체력은 떨어지고, 일은 많고...
겨우 쉴 수 있는 짬이 나면
걔를 만나는 것보다 나를 돌보는 일이 우선이었어.
쉬고 싶었지.
푹 자고, 생각을 비우고,
그리고 걔를 보는 것보다 훨씬 재밌는 볼거리들이 많았어.
그것도 쉽고 편하게.
그때부터였을까, 걔가 지겨워진 게.
"내가 걔랑 뭘 더 할 수 있겠어?"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하던 말이 이제 좀 들려.
그래서 이제 다른 사람도 만나보려고 해.
걔 아니면 안 될 것 같던 때가 있었고,
걔가 아니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던 때가 있었고,
그러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꼭 걔가 아니어도 걔는 아니지만 걔와 비슷은 한
닮은 구석이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나보려고 해.
혹시 모르잖아.
더 찰떡같은 사람을 만날지도.
매번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나를 더 웃게 하고,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나는, 만성이 돼 버린 '꿈'과 헤어지는 중이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써야 한다는 의무로 바뀐 지 너무 오래다.
그동안 모른 척 외면해 왔지만
쓰고 싶은 마음은 벌써 끝났다.
이제
더 즐거울 수 있는 인생을 허비하는 일을 중단하고
죄책감에 시달리지도 않을 테다.
그러나....
결국, 헤어지지 못해서 하게 되는 '헤어질 결심'.
쓰고 싶은 마음이 마음대로 안 돼서 쓰게 되는 장황한 글.
우리는, 나는 걔랑 정말 언제쯤 헤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