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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평 Jul 11. 2023

우리 이제 그만할까?

나만 몰랐던 이별의 적정 시기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라면 

이제 그만 다가서는 걸 멈추고 

멀어져 보려고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남들은 다 알고 있었던 걸 나만 이제야 안 것 같다. 

"너랑 쟤는 안 되겠다, 쟤 말고 딴 사람은 어떠냐? 

그런 말을 들었던 것도 같은데, 그땐 안 들렸다.  

"니들이 몰라서 그렇지, 우리가, 내가 쟤랑 얼마나 찰떡인데, 

그리고 나는 쟤없이 안 된다니까." 

내 마음은 오래.. 그랬다.  

 

내가 걔를 안 지는 아주 오래됐고, 

본격적으로 만난 건 이제 10년이 넘었나 봐. 

그 10년이 나라고 다 좋았을까. 

그래도 헤어질 마음을 먹지는 못했다. 

나는, 걔 없이는 뭐가 될 것 같지 않았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았으니까. 


몰라,

이제 걔가 없는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그렇다고 걔가 있어서 주말이 늘 즐거웠던 것도 아닌데. 

마주하면 괴롭고, 외면하면 더 괴롭고.

차라리 '이번주는 일이 너무 많아 못 만나' 이런 핑계를 댈 수 있던 주말이 덜 괴로울 때도 있었고. 

 

걔가 버거워진 건 올해 초부터였던 것 같아. 

내 마음도 예전 같지가 않더라고. 

마음은 식고, 나이는 들고, 체력은 떨어지고, 일은 많고...

겨우 쉴 수 있는 짬이 나면 

걔를 만나는 것보다 나를 돌보는 일이 우선이었어.

쉬고 싶었지. 

푹 자고, 생각을 비우고, 

그리고 걔를 보는 것보다 훨씬 재밌는 볼거리들이 많았어. 

그것도 쉽고 편하게.

그때부터였을까, 걔가 지겨워진 게. 

"내가 걔랑 뭘 더 할 수 있겠어?"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하던 말이 이제 좀 들려. 

그래서 이제 다른 사람도 만나보려고 해. 

걔 아니면 안 될 것 같던 때가 있었고, 

걔가 아니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던 때가 있었고, 

그러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꼭 걔가 아니어도 걔는 아니지만 걔와 비슷은 한 

닮은 구석이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나보려고 해. 

혹시 모르잖아. 

더 찰떡같은 사람을 만날지도. 

매번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나를 더 웃게 하고,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나는, 만성이 돼 버린 '꿈'과 헤어지는 중이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써야 한다는 의무로 바뀐 지 너무 오래다.

그동안 모른 척 외면해 왔지만 

쓰고 싶은 마음은 벌써 끝났다.

이제 

더 즐거울 수 있는 인생을 허비하는 일을 중단하고 

죄책감에 시달리지도 않을 테다. 

그러나....

  


결국, 헤어지지 못해서 하게 되는 '헤어질 결심'. 

쓰고 싶은 마음이 마음대로 안 돼서 쓰게 되는 장황한 글.

 

우리는, 나는 걔랑 정말 언제쯤 헤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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