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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쏨 Dec 10. 2022

천기누설

십만 원짜리 재생크림, 3만 원으로 만드는 법!



누군가 말했다. 돈을 벌면 자기 계발이고, 돈을 못 벌면 취미라고. 돈을 못 버는 수준을 넘어 돈을 쓰기만 할 땐 뭐라고 해야 할까. 새로운 지식이 쌓이는 이 지적 쾌락이 취미생활인지 자기 계발인지 모호할 때 그것을 가르는 기준으로 삼는 것이 돈벌이라는 사실이 조금 씁쓸하지만, 이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끄덕여지는 고개를 고정시킬 방도가 없음을 알아채곤 우울해진다. 누가 정했는지 참 사람 뜨끔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음을 인정한다. 소비가 계속되는 취미생활이 길어지면 쓰는 돈을 계산하게 되고 ‘아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로 이어지는 순간 나의 여흥은 아스라이 사라진다. 결국 취미생활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생산적이지 못해서다.




그렇다면,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돈을 아끼는 것이라면 어떨까.






해본 요리라곤 라면과 계란 프라이가 전부이던 신혼 초, 완벽한 밥상을 위해 온라인 셰프가 시키는 대로  데코로 올리는 빨간 실고추까지 사 왔지만 요리라고 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음식을 마주하고 반찬가게로 발길을 돌리며 생각했다. 사 먹는 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고.



단출했던 두 식구가 네 식구가 되고 온라인 셰프가 요구하는 모든 재료가 필요치 않다는 비밀을 알게 된 후 상황은 달라졌다. 1인 1 메뉴를 주문해야 하는 네 식구의 1회 외식비용이면 일주일치 집 반찬을 만들 수 있었고 외식메뉴보다 다양한 밥상을 만들 수도 있었다. 결혼 후 10년이 지나서야 나는 엄마가 ‘아휴 밖에서 사 먹는 건 성에 안 차지’ 란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끼려면 만들어 먹는 수밖에.






종종 주변 사람들이 천연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할 때의 비용을 물어온다. 경험상 이 물음에는 ‘사서 쓰는 것보다 만드는 게 저렴하겠죠?'라는 기대가 섞여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처음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던 재료들의 총비용을 보고 화들짝 놀라 빼기와 담기를 반복했던 일주일간의 기억이 떠올라 대답을 망설이게 된다. 이 망설임에는 6년간 사용한 효과 좋은 천연화장품을 널리 널리 알리는 홍익인간이 되고 싶은 사심이 담겨있다.


여러분!!
효과는 훨씬 좋고 가격은 저렴해요!!


라고 외치고싶지만 어딘가 석연찮다.


물론 공방에서 만들어진 천연화장품과 집에서 만드는 천연화장품을 비교하자면 후자가 저렴하다. 하지만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대량생산 화장품이라면? 내가 들인 시간과 인건비를 더하지 않아도 비용을 절약하기 어렵다.






언젠가 엄마의 김장비용을 듣고 ‘엄마! 그럴 거면 그냥 사서 먹는 게 더 싸지 않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엄마의 김장용 빨간 대야에는 천일염에 절여진 노랗게 속이 꽉 찬 해남배추에 방방곡곡에서 사 온 농사지은 찹쌀과 빨간 고추를 방앗간 문 앞에 지키고 서서 빻아온 고운 가루가 섞였고, 소래포구에서 생새우를 사 와 직접 담근 새우젓이 들어갔다. 어.... 어... 엄... 마?



아무리 일 년 내내 한국인의 밥상에서 떨어져선 안 되는 귀한 음식이라지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엄마의 시간과 정성을 빼고 재료값만 보더라도 김치공장에서 만들어진 김치들보다 비용이 웃돌았다. 그때마다 엄마는 말했다. ‘얘, 이게 얼마나 재료가 좋은 건데! 공장이랑 비교가 되니!? ’ 엄청난 재료에 엄마의 정상이 더해지니 확실히 엄마의 김치는 맛이 좋았다. 물론 몸에도 좋았겠지!





어쩌면 만드는 화장품 비용의 기준을 ‘고급 기능성 라인’으로 맞춘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십만 원이 넘는 재생크림을 단돈 3만 원으로 만들 수 있다면?

14만 원짜리 탈모샴푸를 5만 원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기업의 천기누설이 될까 조심스럽지만, 뭐 기업에서 만들면 더 많은 성분을 넣지 않았을까요?라고 빠져나가야겠다.


십만 원이 넘는 재생크림을 만드는 손쉬운 방법은, 재생원료를 산 후 가지고 있는 크림에 적당량을 섞어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용하는 방법인데 꽤 효과가 좋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능성 첨가물’을 섞는 바탕 크림이 ‘기본 크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첨가물이 꽉 차게 들어있는 기능성 크림에 또다시 기능성 첨가물을 섞으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김치처럼 모든 재료를 구입해서 효과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 쓰면 좋겠지만, 2만 원짜리 기본 보습크림이 만 원짜리 천연재료 하나로 십만 원짜리 고기능성 크림이 되는 가성비 넘치는 마법이라면 천연화장품 맛보기로 괜찮지 않을까요? 자기계발이니 취미니 하는 혼돈에 허우적 거리지 않기 위해 돈을 쓰면서도 돈을 아끼는 느낌도 챙기면서 말이죠.   


경고. 여러 번 맛보다간 천연화장품의 늪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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