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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쏨 Jan 01. 2023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고 내게도 좋을 리가

모두에게 좋은 것


모두에게 좋은 것



천연화장품을 만드는 원료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얻어진다. 엉겅퀴, 천궁, 측백나무잎, 캐모마일, 카렌듈라, 지모, 자소엽....

예에? 이런 것들이 제 주변에 있다고요?



사실 천연화장품의 원재료들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런 식물이 있었어?’ 싶은 것들이다.


하루에 커피를 세 잔쯤 마셔서 더 이상 마실 게 없을 때 몇 번 마셔본 캐모마일이나, 비싸기도 하고 끓는점이 낮아 굽는 요리에 적합하지 않은 탓에 두어 번 사용해 본 올리브오일 정도가 직접 음용해본 반가운 천연재료에 속했다.  나머지 재료들은  먹거나 마셔보기는커녕 손에 닿아본 적도 없으니 이 재료가 내게 어떤 효과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는 동의보감에서 전해 내려온 듯 한 제품설명에 의지했다.

이름 모를 원재료들에도 유행이 있다. 요즘 재료상에 올라온 원재료 중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뱀독펩타이드'다. 왠지 한 방울에도 주름이 쫙 펴질 것 같아 해를 거듭할수록 자꾸만 눈이 간다.  내가 천연화장품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누군가 언론에서 '탈모에 어성초원액을 발랐더니 머리카락이 자랐어요.'라고  생체인증결과를 떠든 통에 '어성초'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천연재료상에는 어성초추출물이 메인화면을 장식했고 선생님의 레시피에도 어성초가 등장했다.


어성초_출처:픽사베이

천연화장품을 계속 만들어 사용하다 보니 뒤늦게 깨달았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선생님이 선택한 재료들은 모두 ‘아무 탈이 없는, 모두에게 좋은 재료’였다는 것을.

성초는 예민하고 민감한 피부타입에도 부작용을 남기지 않으며  천연재료 중 대중성을 가진 재료로 자기매김 했다. 그러니 선생님의 레시피에 어성초가 등장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선생님과 함께 아무의심 없이 어성초가 들어간 로션을 만들었고 집에 와서 사용한 지 몇 시간 후. 



얼굴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어성초를 제외한 다른 재료들은 모두 일전에 사용해본 재료였다. 처음 쓰는 재료는 어성초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어성초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았다.


설마... 이게
모두에게 부작용이 없다는 어성초 때문 일리가.


계속해서 로션을 사용했고 얼굴 한쪽에 커다란 고름이 잡힌 후에야  피부과에 방문했다. 고작 만 하루가 흘렀을 뿐이었다.  특별히 요 근래 얼굴에 바른 것 중 달라진 것이 있냐던 의사 선생님의 물음에 평소에 특별히 화장이랄 것을 하지 않던 내게 떠오른 한 가지는 ‘어성초가 들어간 천연로션'


한 달간의 통원치료라는 비싼 수업료를 치른 후 나는 천연화장품을 만들 때 하나의 과정을 추가했다.  처음 사용하는 재료가 생길 때마다 안쪽팔뚝원재료를 충분히 바른 후 24시간 동안 이상증상이 있는지 관찰하는 것.


이름부터 순한 재료들은 '에잇. 이건 안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유혹에 빠지게 하지만 그때마다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혼자만의 외침은,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고  내게도 좋을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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