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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Jan 01. 2025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픈가?

25년 을사년 새해에

 가슴을 부여잡고 삼키던 눈물을 쏟아냈다. 아악, 작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가쁜 호흡을 진정시키려 심호흡을 들이켰다. 몇 차례 반복했다.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아,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최근 내 삶의 열매는 심히 처참했다. 수고하고 애쓰며 달려왔지만 내게 남은 것은 상실과 아픔이었다. 무겁게 짓누르는 실패감 또한 떨쳐내기 어려웠다. 부단히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따른다. 더 쏟아붓고 희생하면서 갈아 넣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퇴장. 나는 그것을 바랐다. 최소한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싶었는데. 가능할까?


처음 호기롭게 시작했던 나의 용기와 패기는 어디로 숨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닐까? 마치 내가 가지고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한 건 아닌지. 결과적으로 나는 겸비해졌다. 내 힘으로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항복한다. 자신의 유약함을 인정하며 수긍한다. 그리고 겸손해진다. 어찌 보면 가장 좋은 결과를 손에 쥐었다고 할 수도 있으리라. 무너지며 얻는 귀한 교훈과 선물처럼.


나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고 시절부터 일기장에 '푸르른 커다란  나무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라고 적었다. 한때는 실제로 그런 말을 듣기도 했다. 마음이 넓으며, 이해심이 않고, 바다 같고, 나무 같은 사람이라고.


그때는 나 스스로도 마치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라도 한 것만 같은 착각을 했다. 어쩌면 조금은 그와 비슷한 모양의 내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존경한다고 마음으로 고백하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빠져나올 수 없는 혼돈과 정돈되지 않은 내면으로 분투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단단히 붙들어야 할 실낱 같은 믿음과 희망을 놓지 않으려 부단히도 애를 쓰고 있다. 나는.


신정 연휴는 시댁식구들이 해마다 명절로 보낸다. 나는 어제 점심때까지만 해도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처음이다. 내가 빠져주는 게 오히려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던 이들의 사랑 때문이었을까? 맏며느리인 나는 가서 떡국을 끓이기로 마음먹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도토리묵을 쒀서 적당히 굳어지도록 네모난 틀에 담아  식탁에 올려두었다. 전도 부치고, 시금치나물도 무쳤다. 마음을 고쳐먹고 내 할 일과 의무, 책임감을 위해 쓸데없는 감정 따위는 잠시 거두어들였다.


결혼할 당시, 사 남매 중 장남인 남편의 형제자매가 삼 남매인 내게 더해지는 부요함을 느꼈다.  나는 친부모, 친형제처럼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갖고 출발했다.  내가 가슴에 품어야 할 새로운 가족으로.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어떠한가? 부끄러움과 수치가 나를 덮쳤다. 친정과 시댁 식구들 모두에게 감히 사랑으로 덮을 만큼만 한 크기의 나무가 내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살아온 내 삶의 여정과 함께 내 마음의 그릇은 과연 성장했을까? 그렇지 못했다. 나는 뭔가 잘못된 모습으로 꺾여 있었다. 꺾이지 말아야 할 그 무엇이.


이제 나는 다시 일어서고 싶다. 넘어지더라도 엎드러지지 않고 무릎을 세워 일으킬 수 있기를. 땅을 짚고 무거운 몸을 주워 담아 끌어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원하지 않았던 내 모습까지도 포용하며 나를 보듬어 주고. 넘어지면서   피부가 벗겨진 상처도 싸매 주고, 호호 입김을 불어넣어 주고프다. 그러면 힘을 내어 좀 더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넘어지기 전보다는 씩씩하게.


2025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푸른 뱀의 해, 을사년이다. 무조건 뱀이라고 싫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하기보다는 뱀과 친하게 지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성경을 통해 말씀해 주신 것처럼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해지고 싶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원한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마태복음 10장 1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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