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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희 Apr 27. 2023

Academic Weapon. 아카데믹 전사들의 이야기

타이거 맘, 국제학교, 대치동 키즈의 회고록

Academic Weapon.

최근 틱톡에서 “academic weapon"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뜨기 시작했다. Academic Weapon. 조금 의역을 하자면 '아카데믹 전사'라는 뜻으로 학생이 스스로를 공부로 무기화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공부하는 전사라는 뜻이다.



타이거 맘(tiger mom)의 밑에서 자라 유아기에는 테니스, 피아노, 서예, 토론 과외, 이후에는 입학시험이 있는 수학 학원, 국제학교로의 유학, 마지막으로는 대치동에서 수험 생활을 마무리한 나로서는 이 단어만큼 내 수험생활을 잘 설명하는 단어가 없다.


그리고 공부/노력은 습관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아카데믹 전사의 삶은 영자 신문사, 알티 병행, 하버드대 교환 프로그램, 삼성드림클래스 등의 대외활동과 함께 계속 이어졌다.




-Good person(Good place)

넷플릭스 시리즈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은 지구에서 자신이 한 모든 "좋은" 일들은 플러스, 모든 "나쁜" 일들은 마이너스가 되어 플러스 포인트가 많은 사람은 굿 플레이스에, 포인트가 낮은 사람들은 배드 플레이스에서 사후세계를 보낸다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 거기서 굿 플레이스에 있는 사람들은 불우한 환경에서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자선단체를 열고, 듣는 사람 지긋지긋할 정도로 끝임없이 자기개발을 한다. 전교생이 수시파였던 고등학교 생활은 마치 모두가 이 쇼에서 말하는 "굿 포인트"를 쌓기 위해 아둥바둥대는 것과도 같았다. 고작 만 16세들이 대단해봤자 얼마나 대단하고 "좋은" 사람일 수 있을까. 대학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평일에는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봉사를 나가고, 쉬는 시간에는 또 passion project을 하고, 쉴틈 없이 나 자신이 계속 better version이 되어야 했다.


-버블

보통 버블(Bubble) 안에 있는 사람은 본인이 bubble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자신이 버블 안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 버블에 속하기 위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위에 리스트 한 조직에 들어가면 모두가 다 몸이 5개인 것처럼 여러 활동을 하는 사람들, 그 와중에 학점은 또 어떻게 4.0 이상을 계속 유지하는 사람들밖에 없었다. 주변이 다 비슷한 사람들로 둘러싸이게 되니 서로의 습관이 서로를 과열시켰고 노멀이 무엇인지, 어디가 나를 위해 멈춰야 하는 선인건지 몰랐던 것 같다. 삶은 경험인데 너무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만 한 것 같아서 졸업 후에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학생 시절이었다.


-가족들의 전사화

전사화 되는 것은 자녀뿐만이 아니다. 가끔은 자녀 한 명을 위해 가족 전체가 흡사 전시상황인 것처럼 긴장 상태에서 생활하게 된다.

대치동 맘 5년차이면 이제 입시 컨설팅 회사를 차려도 된다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할 정도로 대치동 맘들은 거의 자녀들의 개인 매니저가 되어 자녀들의 스케줄을 조율하고 관리한다. 심지어 직장이 있는 부모들도 만약 자녀가 독서실에서 밤늦게 공부를 끝나면 새벽이어도 중간에 기상해서 드라이브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퇴근 후에도 아이들 학원을 픽업하러 간다.


-미래. 불안

과거에 머물면 슬퍼지고 미래에 머물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사는 아카데믹 전사들은 불안하다. 현재에 머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부모의 불안이 학생들이 ’전사‘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입시가 끝나면 봄바람처럼 느껴지는 일상

이렇게 모두가 영혼이 빠진 입시 전쟁 이후면 그 이후로는 일상이 봄바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잘한 경쟁도 "고등학교 때랑 비교하면 이쯤이야"하면서 비교하게 된다. 예전에 이범 전 일타강사분이 유튜브 영상에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대학교를 졸업면 청년들이 번아웃 상태에 있어서획기적인 사업을 하거나 사회를 바꿀 힘이 남아 있지 않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열정도 리미트가 있는데 현재 교육 시스템은 사회 구성원들이 그 열정을 인생 초반에 소진시키게 하는 시스템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는 아카데믹 전사의 삶 끝에 올해 2월 대학교를 졸업을 했다. 인생 23년, 평생 이 순간을 위해서 경주마 달리듯 달려왔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졸업식 날 아무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 자신이 수고했다는 생각도, 기쁘다는 생각도, 앓던 이가 빠진 느낌도 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그냥 당장 졸업식 끝나면 해야 할 일들만 생각하는 것뿐이었다.


아카데믹 전사. 학생이 전사가 되어야 하는, 그만큼 경쟁이 생존의 문제가 될 정도로 치열해진 현실을 대변한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앞으로 아카데믹 전사들이 계속 생겨나서 이 단어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계속 남게 될지, 아니면 어느 순간에는 사라질 말이 될지 궁금해지면서 10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성인이 된 지금은 조금은 현실에 포커스를 두며 살아가자고, 그렇게 노력해 보자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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