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애리조나, 유타 3대 캐년 마라톤
2019 Grand Circle Trailfest - Day 2
10.1.19 - Salt Lake City, UT - Kanab, UT
10.2.19 - Bryce Canyon, UT
10.3.19 - Zion Canyon, UT
10.4.19 - Horseshoe bend trail, AZ
10.5.19 - Kanab, UT - Salt Lake City, UT
첫째 날 브라이스 캐년 레이스
밤새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고생도 하고 한숨도 잠을 못 자 컨디션이 아주 엉망이었다
게다가 고도까지 높아 머리가 멍하고 몸은 공중에 붕 떠있는 것만 같았다
솔직히 레이스 첫날 아침부터 뛰기 귀찮았다
어제 브리핑에서는 길이 좁고 바닥에 돌이 많아 위험할 수 있으니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 했는데 날씨와 고도가 복병이었다
모든 면에서 첫날 브라이스 캐년 레이스는 상상했던 것보다 많이 어려운 레이스였다
베이스캠프에서 브라이스 캐년 레이스 장소로 이동 중
레이스 스타트 지점
레이스 첫 3마일은 쌀쌀한 아침 날씨와 백두산 정상 높이에 맞먹는 8천 피트에서 뛰는 거라 한발 한발 움직일 때마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고, 끝도 없는 오르막에, 바로 앞 선수도 잘 보이지도 않게 날리는 흙먼지, 그동안 많은 레이스 경험으로 자신만만했던 날 레이스 시작 30분 만에 좌절하게 했다
그렇게 레이스를 마칠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며 3마일 지점을 돌아 나가는데 나무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브라이스 캐년 정상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아드레날린이 솟아났고 서둘러 정상에 도착해서는 브라이스 캐년만에 절경과 좁고, 미끄럽고, 돌이 많아 속도를 내긴 힘들지만 완만한 내리막이 레이스를 즐겁게 만들었다. 그 순간 내가 왜 이렇게 멀리까지 힘들게 왔나 하는 모든 질문에 대답이 되었다
이후 계속되는 내리막 코스가 힘들지는 않았는데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결국 3시간이 한참 넘은 시간에 레이스를 마쳤다
평소 하프 마라톤을 2시간 안에 끝내는데 사진 찍는데 정신이 팔려 시간이 그렇게 지난지도 몰랐다 ㅎㅎ
피니쉬 라인레이스를 마친 후엔 근처 미국 식당에서 간단히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하고 베이스캠프로 바로 이동했다
오후가 되니 화씨 80도 이상 올라가는 온도와 강렬한 햇빛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건조한 날씨에 땀은 많이 나진 않았지만 먼지를 뒤집어써서 돌아다니기보단 빨리 베이스캠프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이미 브라이스 캐년 정상에서 본 게 많아 지상에서 보이는 많은 것들에 감흥이 없었다 ㅋㅋ
캠프로 복귀하자마자 모빌 샤워장에서 씻고 주최 측에서 마련한 간단한 마사지도 받고 야외에서 하는 요가, 라이브 콘서트 등으로 시간을 보냈고 쌓인 피로와 남은 시간은 가지고 간 휴대용 선풍기와 동네 마트에서 사 온 맥주를 텐트 안에서 마시면서 잠깐 낮잠을 즐기기도 했다
내가 지낸 텐트 안에서그런데 햇빛이 너무 강하고 텐트 안 온도가 너무 올라가서 텐트 안에 오래 있기 힘들어 참가한 다른 선수들하고 이래 저래 수다 떨고 이른 저녁 먹으면서 핸드폰으로 빈둥거렸다
해가 지고 다시 쌀쌀해지면서 서둘러 다음날 자이언 캐년 레이스 대해 브리핑받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