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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l 11. 2024

비 올 때 듣기 좋은 코드

이문세<빗속에서>, JOY<쥬뗌므>

장대비 내리는 오두막 펜션의 술자리 안에서 금방 조기축구를 끝내고 온 것 같은 축구바지에 유행 지난 비대칭 앞머리를 한 남자가, 친구들의 과한 환호성을 받는 와중에 담백하고 굵은 목소리로 통기타를 연주하며 불렀던 이문세의 '빗속에서'


영상의 진하고 낭만 있는 음악소리에 반해서 대학생 때 통기타를 시작했다. 마룻바닥에 걸터앉아 노래를 하고 친구들 환호성을 박자 삼아서, 빗소리가 더 잘 들리게 문을 살짝 열어주는 친구들과 함께 즐길 소주병까지. 내가 악기 다루는 걸 취미로 시작한 이유는 이런 투박한 멋스러움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고 여러 친구들을 사귀면서 다양한 취미를 시작하고 알아가지만, 이렇게 나만의 인상 깊은 사연이 있는 누가 권유하지 않았는데 수년 째 툴툴 털면서 즐기고 있는 통기타 연주가 소중하다.


어제오늘 비가 참 많이 온다. 비가 줄줄 내리는 모습을 보면 약간 들뜬 마음을 사방에서 내려오는 비가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편이다. 그래서 빗속에서 곡이 자꾸 생각나는데, 또 얼마 전 비가 올 때 들으면 좋은 노래라는 주제로 대화하면서 알게 된 Je T'aime(쥬뗌므).


조금 더 가까이 작은 우산 속에
내 한쪽 어깨 끝이 다 젖어도 난 좋은 걸
널 사랑하나 봐 사랑에 빠졌어
이 기분 좋은 느낌이 변함없길 바라
널 사랑하나 봐 자꾸 보고 싶어
매일 Morning coffee를 너와 들고 싶어
-JOY je T'aime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한쪽 어깨 끝이 다 젖어도 너와 함께라면 좋다는 설렘을 느끼는 것도 재밌다고 생각했다.


음악의 코드는 화음, 그리고 분위기. 비가 내리는 건 이렇게 나한테 차분한 낭만도 주고 들뜬 설렘의 분위기도 줄 수 있으니까 오늘은 어떤 코드의 기분을 만끽할지 잠깐 눈 감고 생각해 보면서 근무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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