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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Jun 19. 2024

조성진 삼성호암상 수상기념 리사이틀 후기

좋은 기회로 조성진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조성진은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고, 특히 드뷔시의 달빛 연주는 종종 찾아 들을 정도였기에, 기대가 되었다. 다만 클래식에는 문외한이라 혹시나 지루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 몇 년 간 내가 본 그 어떤 예술 문화 공연보다도 압도적으로 좋았다. 아니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약 120분의 공연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흡입력 있는 연주였다.


피아노 한 대로 낼 수 있는 소리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강한 음과 약한 음, 높은음과 낮은음, 단일음과 화음이 적재적소에 어우러져 청중을 압도했다. 조용할 때는 한 없이 조용하고, 격정적일 때는 한없이 격정적이어서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10분이 넘는 곡이 어느새 끝나 있다.


장인이란 이런 것일까. 특히 “작지만 또렷하게”, ”빠르지만 분명하게 “, ”크지만 우아하게 “와 같이 공존하기 어려워 보이는 수식어로 표현되는 음들을 너무나 쉽게 연주하는 모습이 더더욱 장인처럼 느껴졌다.


무대에는 그랜드 피아노 한 대와 조성진이 있었을 뿐이다. 그 어떤 조명, 무대 연출도 없이, 스토리를 전할 가사도 없는 피아노 소리만이 흘러나오는 120분이었는데 기승전결이 담긴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었다.


오늘의 무대

검은색 슈트를 입고 담담하게 등장해서, 연주와 동시에 모두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집에 돌아와 그가 나온 유퀴즈를 보니 이 모든 것은 완벽한 그의 의도였으며, 그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연습을 하는지가 느껴졌다.

출처 유퀴즈온더블록

음악을 가장 사랑한다고, 그래서 이 일을 직업이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그가 참 멋지고 그 덕에 클래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공연을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어휘력이 아쉬울 만큼 오늘의 공연은 눈물 나게 멋졌다. 내 인생에 오래도록 기억될 순간이 될 것 같다.


오늘의 리플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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