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경험, 그리고 취향
그래서 스피커 구매했다. 그렇게 나의 취향은 또 확장되었다.
10월 결혼을 앞둔 친구가 물었다.
“결혼할 때 가구를 어느 정도 선에서 샀어?”
내 또래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결혼할 때 정하는 거주지에는 많은 은행빚이 함께한다. 함께 미래를 그려나갈 공간을 멋지게 꾸미고 싶지만 예산에는 제약이 있다는 말이다. 또한 첫 거주지는 곧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점점 큰 집으로 갈 것이란 꿈을 꾸며 지금 이 환경에 맞춰서 무언가를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나의 경우 대부분의 가구를 가지고 있던 것을 활용했고, 필요한 것들은 그때그때 구매해서 어느 정도 선에서 구매한 것인지 가늠이 어려웠다. 전반적으로는 가구나 가전에 큰 금액을 쓰지 않았기에 “현실적인 선에서 무리하지 않고 샀어.”라고 답변하곤 집에 돌아오는 길 나의 구매내역을 돌아봤다.
가장 좋아하거나, 가장 많이 쓰거나
구매내역
- 빔프로젝터
- 빔프로젝터 거치대(tv장)
- 식탁
- 식탁의자
- 커피테이블
- 높이 조절 책상
- 서재용 의자
총 7개 중 100만 원 이상을 투입한 구매는 빔프로젝터와 서재용의자였다.
빔프로젝터는 초단초점으로 벽과 20cm만 떨어져도 130인치가 나오는 아주 좋은 것으로,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어릴 적부터 티비에서 모든 지식을 얻어오던 나이다. 온갖 OTT를 결재하는 것은 물론 휴식에서 영상물 시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에게는 망설일 이유가 없는 소비였다.
서재용의자는 작년 연말 허먼밀러로 구매했다. 의자 하나에 백만 원을 써야 하나 고민도 되었지만, 재택을 병행하는 나와 주말마다 적어도 책상에 4-5시간은 앉아있는 몽생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였다. 실제 구매 이후 확실히 어깨나 허리통증도 줄었다.
좋은 경험은 취향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내가 돈을 쓴 가구나 가전은 결국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거나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었다.
당연히 큰돈을 소비했기에 이 가구와 가전이 나에게 주는 효용은 매우 컸다. 130인치에서 오는 광활함, 의자 시트가 전해주는 포근한 착석감과 쾌적함은 그 어디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생경함이었다. 그렇게 더 애정이 가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제 이런 경험은 내가 포기할 수 없는 취향이 되어간다.
누가 뭐래도 티브이는 100인치 이상이어야지! 누가 뭐래도 의자는 이 정도 개인 맞춤 조절이 되어야지! 등 보다 높은 그리고 섬세한 나만의 기준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 분야에서의 더 큰 소비로 이어진다. 소비에서 경험으로, 경험에서 취향으로 그리고 취향에서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점점 극대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스피커 구매했다. 그렇게 나의 취향은 또 확장되었다.
내가 소비하는 것이 곧 나의 취향이 된다고 생각하니 경각심이 생겼다. 현재의 나는 배달음식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요리도 아니고 배달음식이 취향이 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망설이던 스피커 구매를 결심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랑하는 음악이 나의, 우리의 깊이 있는 취향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그동안 모아 왔던 cd를 듣고 싶은 마음에 제네바 디콘을 점찍어 두었다.
다만 스피커는 첫 구매이고, 금액도 185만원으로 컸기에 청음을 다녀왔다. 오디오아트라는 하남에 위치한 업체였다. 그리고 그곳에 간 것만으로 나의 취향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블루투스와 네트워크에서 재생되는 음원의 차이,
스포티파이에서 고음질로 제공되는 음원의 차이,
아무리 고음질 음원이어도 cd를 따라오지 못하는 한계,
마지막으로 2억이 넘는 스피커에서 lp로 재생되는, 마치 공연장에 와 있는 듯한 생생함.
스피커를 소비하기로 결심했기에 경험한 이 모든 것이 음악에 대한 나의 취향과 또다시 소비로 이어질 새로운 욕망을 만들었다.
행복한 마음에 제네바 디콘 구매 계약도 마쳤다. 이 소비가 나를 어떤 취향의 세계로 인도해줄지 기대된다.
+) 혹시 스피커 구매를 고민 중인 분이 있다면 꼭 오디오아트를 방문해 보길 바란다. 진심으로 음악과 스피커를 사랑하는 대표님, 친절하고 꼼꼼한 실장님이 나에게 꼭 맞는 스피커를 위해 상담을 진행해 준다. 그리고 쉽게 구매하기 힘든 하이엔드 스피커를 실컷 구경하고 청음해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