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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Jul 15. 2024

페퍼톤스 Twenty Plenty

20주년을 기억하며, Party Plenty

영원할 것 같이 좋았던 노래를 이제 더 이상 듣지 않기도, 절대 좋아하지 않을 거라 단언하던 노래를 찾아 듣기도 한다.


그렇다. 사람의 취향은 변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세월이니, 지난 세월 내가 좋아하던 음악에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 변함없이 1순위를 유지한 음악은 페퍼톤스의 곡들이다. 꾸준히 나에게 힘을 주는 그들의 20주년을 맞이하여, 나에게 페퍼톤스란 어떤 사람인가 기록한다.


페퍼톤스를 마음에 들이며,


내가 기억하는 페퍼톤스에 대한 첫 기억은 2010년 안테나 대실망쇼에서 빨간색, 파란색 꽃을 달고 나온 충격적 모습이다. 당시 고2였던 나는 김동률에 빠져서 그의 모든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김동률이 안테나 대실망쇼에서 피아노를 치며 부른 <희망> 이란 곡이 최애곡이었다. 저화질의 영상을 보고자 하면 자꾸 앞 뒤로 페퍼톤스의 모습이 보였다.(본 게 아니라 정말 보였다.)


아래 글에 그 생생한 충격적 공연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렇게 페퍼톤스라는 그룹을 인지했다. 당시만 해도, 페퍼톤스는 객원보컬이 노래를 부르는 <공원여행>, <ready and get set go>와 같은 음악으로 인식되던 가수였다. 나도 몇 곡을 들을 뿐 페퍼톤스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갖진 않았다.


두 번째로 페퍼톤스를 인지한 건 스윗소로우의 텐텐클럽이다. 스윗소로우 역시 내가 그 당시 매우 좋아하던 가수였다. 스위소로우 김영우의 결혼을 축하하는 깜짝 축하하기 위해 라디오에 침입했던 페퍼톤스. (훗날 이곡은 <좋겠다>라는 곡으로 발매되었다.)를 다시 한번 봤다. 김영우의 결혼이 2011년이니 첫 인지 이후 약 7개월 정도 후였던 거 같다. <좋겠다>라는 노래가 참 좋았어서, 그리고 그 가사와 그날 그들의 깜짝 서프라이즈가 인상 깊어서 페퍼톤스에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페퍼톤스는 2012년 명반, Beginner’s Luck을 발매했다. 이 앨범 속 노래들은 지금 들어도 너무나 아름답고, 특히 <행운을 빌어요>라는 노래는 페페톤스의 대표곡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무엇보다 이 앨범을 페퍼톤스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앨범부터 페퍼톤스가 객원보컬 없이 스스로 노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음색이 아름다운 여성보컬이 페퍼톤스 음악의 정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던 시기, 가창력이 뛰어나지 않은 그들이 스스로 노래를 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을까? 그러나 나에게는 페퍼톤스의 음악이 훨씬 좋아졌던 계기였다. 이전보다 훨씬 듣기 편안한 음악이었고, 밴드의 사운드도 더욱 풍부해졌다. 무엇보다 기교 없이 최선을 다해 부르는 그들의 목소리는 스스로가 쓴 가사를 가장 잘 전달하는 매개체였다. 그렇게 페퍼톤스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페퍼톤스의 공연은 2014년 10주년 콘서트이다. 그전에 페스티벌에서 페퍼톤스를 마주했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 울려 퍼지는 노래를 들으며 “아, 공연도 가봐야겠다”결심했다. 마침 그해가 10주년이었고, 공연장은 신촌으로 가까웠다. 혼자 표를 예매하고는 나의 공연메이트 60에게 넌지시 물었다. “페퍼톤스 관심 있어?” 그렇게 그도 이 공연을 함께 보러 갔고, 이 공연을 시작으로 매년 페퍼톤스의 공연을 함께한 지 10년이 되었다.


이 글을 쓰며 10주년 콘서트에 대한 기록을 뒤졌는데, 아래 인스타 게시글이 전부이다. 10년 전 그날이 사실 기억이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이 날 공연에는 꽤나 많은 객원보컬이 함께하며 그들의 1-3집의 곡들을 선보였고, 4집의 신곡들도 연주했다. 밴드뿐 아니라 현악기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고, 그 지점을 꽤나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2014년 내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공연은 김동률 콘서트였다. 그와 비교하면 페퍼톤스의 공연장은 더 작았고, 조명이나 영상, 사운드도 다소 미흡했다. 그러나 감동적이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청춘의 이야기가 좋았고, 그 이야기를 하며 반짝이는 자신들이 만든 음악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 모습이 좋았다. 나는 꽤나 큰 감동으로 받고 사인 cd를 두 장이나 구매했고, 아시안게임을 듣기 위해 다음 공연을 뒤져봤다 ㅎㅎㅎ


갑자기 애프터파티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10주년의 감상에 젖은 그들은 이대로 2014년을 마무리하기 아쉬워 보였다. 합정의 작은 라이브홀에서 진행되는 이 애프터파티는 심지어 구매도 구글폼으로 신청했다. 그리고 나는 이 티켓팅에 성공했다. 그 날이후 근 10년간 티켓팅에 철저히 참패하는 거로면 10년의 운을 모두 쏟아부은 기회였나 보다. 나에게 페퍼톤스라는 가수가 10년이나 갈 수 있던 여러 가지 변수 중 가장 큰 영향력이 이 애프터파티가 아닐까.



페퍼톤스와 함께 전국을 누비며,


2014년 연말 페퍼톤스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하며, 내 개인적 삶에도 변화가 많았다. 행정 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침- 밤까지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던 딴짓을 하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돈 그 당시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즐거움은 페퍼톤스의 공연을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고시 공부를 하는 시간이 길어져 가면서 죄책감으로 이어졌다. 공연 갈 시간에 한 시간이라도 더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2016년 연말공연쯤에는 불안과 걱정이 피크였다. 그럼에도 공연은 예약하고 나중에 결정하자 미루던 나는 결국 2016년 연말 공연을 혼자 조용히, 정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다녀왔다.


그리고 2017년 2월 응시한 1차 시험에 떨어졌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좌절이었고 실패였다. 마음을 가다듬을 수 없어, 한 번 더 공부해 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고시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바로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간절하면 답이 있는 건지 운이 좋게 그 해 여름 바로 취업이 되었고, 다시 바쁘게 살았다.


취업한 해 연말 공연에 다녀와 남긴 글이 찡하다. 이 글처럼 페퍼톤스는 어느새 나에게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주는 가수가 되었다.

일 년 전 이 무렵 혼자 아무도 모르게(몇 명에게만 살짝 말하고ㅎㅎ) 페퍼톤스 공연에 갔었다.
그냥 그때는 누구한테 공연 간다고 막 떠들고 다니기에는 좀 민망했다. 이것저것 준비하던 게 있었던 때였으니까...
그래서 다녀와서 인스타에도 못 올리고 흥분되는 마음을 혼자 핸드폰 노트에 적어놨었다.

올해 초 몇 번은
아 이때 정말 공연을 가지 말았어야 했나 싶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어쩌면 2016년 연말에 저 공연 다녀와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을 잘 버티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2018년도 오늘을 생각하면서 또 잘 살아봐야지


든든한 공연+ 여행파트너 60과 함께 여름에는 클럽투어, 겨울에는 연말 공연이라는 루틴으로  모든 페퍼톤스의 공연을 다녔다. 춘천, 부산, 대전, 전주 등 그들과 함께 한 여행지도 이제 열 손가락 가까이 된다.



페퍼톤스와 함께 나도 성장하길


세어보니 내가 다녀온 페퍼톤스의 공연은 약 스무 번 정도 된다. 페스티벌 제외하고 순수 단콘만 세어본 것이니 꽤 많은 숫자이다. 누군가는 한 가수의 공연을 그렇게나 가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비슷하지 않아?

아니. 다르다.


특히 thousand years 앨범 이후 공연은 한 차원 달라진 공연이라고 느낀다. 공연장에서 태풍의 눈을 지나 GIVE UP을 연이어 부르는 페퍼톤스를 보면 눈물이 찡 하게 고인다.(흐르지는 않는다.)


여전히 희망을 이야기하는 페퍼톤스이지만 그저 밝고 기쁜 희망이 아닌 처절하게 좌절한 뒤 다시 일어나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페퍼톤스의 음악적 서사가 주는 감동이다. 또한 한층 풍부해진 멜로디와 악기들의 결합이 주는 기쁨이다.


20살 밴드에 어울리게 다양한 곡들로 이루어진 셋 리스트, 한층 여유 있는 퍼포먼스와 가창력(진심), 이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페퍼톤스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그들을 보며 나도 십 년 뒤, 이십 년 뒤 더 나아지리라 다짐한다.


그들과 함께할 나의 30대, 40대, 50대, 60대를 기대하며 진심으로 페퍼톤스의 20주년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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