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힘은 누구에게 있을까?
흔히 리더를 떠올릴 것이다. 분위기를 주도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에 맞춰 변화가 일어난다는 가정이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다.
학부에서 “학교 폭력”을 막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다. 교수님은 학교 폭력을 단순히 피해자-가해자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안에 숨겨진 권력관계 그리고 누가 그들에게 권력을 주었는가의 본질을 바라봐야 한다고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동조자와 방관자이다. 동조자는 폭력을 주도하지 않지만 폭력 행위를 부추기고 그것이 가능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방관자는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학급에서 폭력행위가 발생할 때 가장 높은 비율의 학생이 방관자에 해당한다. 문제는 방관자의 행동을 가해자는 자신에 대한 “동의”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수의 방관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에게 암묵적 동의를 보내게 되고 동조자가 되어 가해자에게는 권력이 생긴다.
따라서 이 권력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방관자의 태도변화가 핵심이다. 방관자에서 방어지로의 변화. 잘못된 일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면 가해자에게 주어진 암묵적 권력이 이동한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훨씬 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겠지만 이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교실을 바꾸는 힘은 리더가 아니라 옳은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는 다수에게 있다.
학교는 우리가 경험한 가장 작은 사회이다. 그래서 나는 세상을 바꾸는 힘 역시 현실을 부정함을 외면하지 않고 목소리 내는 다수에게 있다고 믿는다.
쉽지 않다. 나 역시 불의를 보고 외면할 때가 많았기에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괜히 나에게 불똥이 튈까 봐,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하는 마음으로 외면했던 적이 많다.
그러나 외면하면 바뀌지 않는다. 어려워도 용기 내어 직면하고 작은 소리로라도 말해야 바뀐다. 아니 바뀌지 않아도 적어도 내가 동의하지 않음은 분명히 할 수 있다.
누구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2024년 9월 5일 내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누군가 하겠지 생각하며 외면하고 침묵하면 아무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테니 작은 목소리일지 언정 말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