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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상 Apr 16. 2023

모르겠으면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는것도 능력이다

PO가 "모르겠어요" 라고 솔직하게 얘기했을 때 생긴 변화들

이번주에 팀 내 디자이너 동료와 원온원을 하다가 "제가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일하는게  하나도 재미없어요" 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렇게 시너지를 내면서 일할 수 있는게 너무 재밌어요" 라는 피드백을 들은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

 

우리 팀은 4달안에 5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 우리의 목표를 달성해 내는것으로 끝나지 않고, 전체 최적화를 위한 협업요청도 쉬지않고 들어오는 중이다. 

이 중에 어떤 놈 부터 조져야 주어진 시간내에 가장 큰 임팩트를 볼 수 있을지 고민하는게 PO인 나의 역할이다. 당시 나는 여기서 우선순위를 세우는데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그 여파는 나 뿐만 아니라 팀 내에도 전파되고 있다는 것 디자이너 동료를 통해 깨달았다. "나는 지금 일을 주도하는 PO가 아니라 일에 끌려다니고 있는PO이구나"라고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PO에겐 좌절한다고 시간 보내는 것도 사치다. 어디서부터 뭘 바로 잡아야 할지, 문제 중심으로 되짚어보게 되었다. 


1. 모르면 모른다고 팀 내에 솔직하게 공유하기 

디자이너 분이 "제가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한 이유는 내가 장기적 관점의 우선순위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분은 이 일이 끝나면 다음으로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미리 플랜을 세우고 싶었는데, "다음으로 중요한게 무엇인지"를 PO가 제시하지 않으니 준비할 수 있는게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장기적 관점의 우선순위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나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가 세우는 우선순위와 플래닝이 최선인지 몰라 4개월간의 플랜이 무엇인지 명쾌한 답을 줄 수 없었다. 명쾌하게 답을 줄 수 없다면 명쾌해 질 때까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혼란을 겪는 사람은 나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온원을 통해 "지금 xyz같은 상황이라 우선순위를 세우는게 좀 어려워요" 라는 말을 진작 솔직하게 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당하게도 그 말을 한지 15분만에 우선순위에 대한 큰 가닥은 잡혔기 때문이다. 

말을 하다보니 5개의 프로젝트 중 무엇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지 디자이너 분과 함께 알아나갈 수 있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아직 고객을 충분히 알지 못하니까, 비교적 우리가 준비된 일을 먼저 개발하고, 개발되는 시간 동안 가장 심각한 문제에 대한 디스커버리 시간을 더 충분히 가져보자라고 합의할 수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나 혼자서 혼란스러운 것으로 충분해" 라는 생각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는것이었다. 명쾌한 답을 줄 수 없다면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솔직하게 얘기하고, 같이 답을 모색해보자 라고 제안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이라는 것을 배웠다. 디자이너분과 15분만의 논의로 우선순위의 큰 가닥이 잡히게 되었고, 그래서 디자이너 분은 본인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지 더 명확히 알 수 있었으니까. 

주도권은 "모르겠으니까 나 좀 도와줘"라고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을 때 되찾을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디자이너분과 이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상황이 나를 지배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함께 얘기하고 나니 미친듯이 복잡한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서서히 되찾아 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4월까지만 개발할 예정이라, 이 이상의 스펙은 어려워요. 5~7월에는  xyz같은 일들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고 리더 및 유관부서에게도 명쾌하게 얘기할 수 있었고, 흔쾌히 납득하셨다.


2. 분명해진 우선순위를 팀에게 선언하기 

그래서 4개월동안의 플랜이 a부터 z까지 완벽하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 아마 앞으로도 완벽하지 않을것이다. 우리는 4개월동안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니까.

그래도 분명한 것은, 이번 달에 마무리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5월초에는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인지는 정해졌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 이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팀에게 이 우선순위를 공유해야겠다고 다짐했고,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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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우선순위라도, 공유하고 나니 장점들이 눈에 보였다. 

이번 달에 마무리 해야할 스펙에 대해서 얘기할 때 "근데 이렇게 하면 4월안에 안끝날 수도 있어요"와 같은 피드백이 개발자 동료들로부터 들리기 시작했고, 이것은 우리가 적어도 4월까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PO, 디자이너, 개발자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결론

PO는 컨텍스트가 많을수록 우선순위를 세울 때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작은 인력으로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스타트업에선 컨텍스트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즉 혼란스러운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러니 모르겠으면 모르겠다고 팀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어떻게 하면 모르는것을 팀과 같이 해결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데 에너지를 더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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