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커뮤니티에서 믿을만한 사람을 분별하기 위한 단계들
힐링페이퍼 (강남언니)는 4개월 단위로 한 시즌을 정의한다.
시즌 전에는 가장 중요한 전사적 목표(들)가 무엇인지 경영진이 공표하고,
해당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각 팀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23-1 시즌에는 전사적으로 리텐션이 가장 중요한 지표임을 대표인 에이든이 공표하셨고,
리텐션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도메인 중 하나는 커뮤니티라는 것을 BA분들의 분석을 통해 공유받았다.
커뮤니티의 본질은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고객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즐거움과 공유받은 정보를 통해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강남언니 앱의 경우 시술/수술 정보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이, 타인으로부터 정보를 얻어 어떤 시술을 받을지, 어디에서 시술을 받을지 의사결정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집단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커뮤니티팀과 함께 논의했다.
(우리 팀은 검색과 회원 도메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도메인을 활용하여 커뮤니티 내 문제점을 협업하여 해결할 수 있을 기회를 엿보았다.)
지난 1년간 커뮤니티와 관련된 VOC와 고객의 행동 데이터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나니, 고객이 겪고 있는 불편함은 아래 네 가지와 같았다:
1. 커뮤니티 내 정보를 믿을 수 없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댓글알바/ 병원관계자인 것 같아 의심스럽다.
2. 커뮤니티에서 검색이 불편하다.
3. 커뮤니티에서 마음에 드는 추천을 발견하기 어렵다.
4. 커뮤니티 UX가 불편하다.
이 중 고객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문제는 "신뢰" 즉, 커뮤니티 내 정보를 믿을 수 없다는 1번 문제였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고객이 커뮤니티를 사용하지 않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고객을 서로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 강남언니의 리텐션을 향상하는데 한계점이 있을 것이라 판단해 신뢰성을 높이는 작업부터 가장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Building hypothesis
커뮤니티 개선 중에서도 신뢰 형성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는 "어떻게" 신뢰를 형성할 것인지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신뢰를 형성해 나갈지에 대한 가설이 아래와 같이 나뉘어졌다:
1.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고객이 댓글알바/ 어뷰저가 아닌 진성고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정보를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의 신뢰는 리텐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2.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고객 중 누가 해당 시술에 대한 전문가인지 쉽게 분별해 낼 수 있다면, 커뮤니티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고객의 loyalty는 리텐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즉, 진짜/가짜를 먼저 분별해 낼 것이냐, 아니면 시술킹을 분별해 낼 것이냐의 문제에 직면했다.
Sophistication through UT
1번과 2번 중 어떤 작업을 먼저 해야 할지 디자이너분과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고객의 행동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고객에게 "뭐가 더 중요해요?"라고 물어볼 수는 없으니, 고객은 평소에 커뮤니티를 어떻게 사용하고, 무엇을 근거로 "신뢰 있는 게시글"을 분별해 내는지 관찰해 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헤드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UT의 목적과 시나리오 설정
고객이 커뮤니티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게시글을 어떻게 분별해 내는지 관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고객이 진성 유저를 먼저 분별해 내는 것을 가장 먼저 한다면 1번, 전문가를 분별해 내는 작업을 가장 먼저 한다면 2번을 우선순위로 진행하자고 UT전에 디자이분과 협의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헤드분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2.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는 리크루팅 컨디션
커뮤니티 내에서 정보를 찾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커뮤니티를 사용하는 고객을 모셔서 관찰하는 것이 중요했다. 디자이너 분과 함께 정의한 리크루팅 컨디션은 아래와 같다:
3개월 내 시술 계획이 있는 고객
지난 1년 동안 커뮤니티 게시글을 조회한 경험이 있는 고객
강남언니 외 시술 커뮤니티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고객
알바몬을 통해 UT 구인공고를 올렸고, 해당 고객의 userID를 조회해 1년 동안 커뮤니티를 실제로 조회해 본 경험이 있는 분만 따로 모셨다.
3. UT 진행
고객이 어떤 기준으로 신뢰를 쌓는지 관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관찰 대상을 강남언니 커뮤니티로 제한하지 않았다. 경쟁사 어플이나, 네이버 카페등 다른 시술 커뮤니티에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신뢰를 느끼는지 함께 관찰했다.
4. 고객의 행동을 통해 우선순위 정의하기
UT를 발견한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1. 커뮤니티를 조회하는 고객은 게시글/댓글 작성자가 실제로 그 병원을 다녀왔는지가 가장 중요한 정보였다. 실제로 병원을 방문했다면, 해당 고객이 어뷰저/댓글알바일 확률이 적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는 고객이 실제로 병원을 방문했는지 알 수 없어, 고객은 다음과 같은 행태로 게시글/댓글 작성자의 진위여부를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말투
몇 개의 병원을 추천했는지
후기를 한 번이라도 작성해 본 고객인지 아닌지
2. 놀랍게도, 커뮤니티 내에서 전문가를 먼저 찾는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3명을 대상으로 UT 해서 모수가 적은 것도 있지만, 3명 모두 어떤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즉 누가 진짜고객이고 누가 어뷰저인지 분별해 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시술킹보다는 진짜유저를 분별해 내는 게 고객에게 더 중요한 것이다.
만일 내가 밀어붙여 전문가를 분별해 내는 것을 먼저 진행했더라면, 우리 팀은 진정 고객이 원하는 문제를 풀지 못했었을 수도 있다.
고객이 "시술을 많이 받은 사람을 알 수 있으면 뭐 해? 그 사람이 댓글알바 일 수도 있는걸"라고 느낄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결론적으로 디자이너 분과 함께 정의한, "강남언니 커뮤니티 내에서 신뢰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누가 진짜 고객인지 분별해 낼 수 있도록 한다. 진짜 고객의 목소리에 가시성을 높일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한다.
2. 진짜 고객 중에서도, 누가 해당 시술의 전문가인지 알 수 있도록 한다. 고객이 전문가인 이유가 "병원 관계자가 자신의 병원을 홍보하다 보니 커뮤니티 내 활동이 높아서"가 아니다. 시술도 받아보고 후기도 작성한 실제 고객 중, 투명하게 정보공유를 하는 사람을 "전문가"로 정의한다.
이번 주의 작업을 통해 신뢰 형성에도 단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귀한 레슨런을 얻을 수 있도록 UT의 방향성을 잡도록 도와준 디자인 헤드 Ray, 옆에서 끊임없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피드백해 준 나의 분신 Ally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천재 디자이너 Ally(김희수)님의 업무 방식이 궁금하다면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