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상 Mar 20. 2023

PO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산 아난티코브 솔직 후기

호텔 고객 경험의 본질은 무엇인가 


당신은 호텔을 왜 찾는가?

나는 쉬려고 찾는다. 그래서 나에게 호텔이 주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얼마나 잘 쉬게 해주는가"이다.

오늘은 가족과 함께 쉬려고 부산의 아난티 코브를 방문한 고객에 목소리를 빌어, PO로서 바라본 부산 아난티 코브의 서비스 경험을 공유하려 한다.


(이렇게 고객 입장에서 경험을 뜯어보는 연습을 하면 내가 만드는 서비스에서 최고의 경험을 녹이는 스킬이 늘어나겠지 라는 바램과 함께..)

대망의 그 포토존 입성. 여기서부터 느꼈지만 아난티는 참 여백의 미를 중시한 것 같다.

인테리어에서 심플함을 강조한게 군데군데에서 느껴짐



예를들어 여기는 9층 #이그제큐티브라운지 화장실인데 앞에서 보면 휴지가 달랑달랑 보이지 않는다.


근데 고개를 숙여보면 휴지가 숨어있다. 사실 숙이지 않아도 휴지가 있겠거니 하고 손을 뻗으면 만져진다.


고객이 화장실이 지저분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흔히들 더럽다고 생각하는 쓰레기, 휴지들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조잡하고 더러워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해서 깔끔하게 보이려는 노력이 작고 사소한 곳에서 부터 와닿았다.









다들 익히 알고계실 룸 인테리어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화장실 어메니티 부분 말고는 굉장히 미니멀하다. 그래서 아난티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바다뷰에 더 집중하게 된다.


최대한 미니멀하게 만들어 고객의 시선이 집중될 만한 곳 (바다 뷰)에 주의를 몰빵하고자 하는 전략이 아니었을까.



다만 크리티컬하게 불편한 점:



1. 엘레베이터 층수가 안보임


엘베가 4개 정도 있는데 기다리는 입장에서 오고 있는 엘베가 몇층까지 왔는지 확인할 수 없다. 엘베의 층수가 보인다는게 미관상으로는 별로일 수 있어도 빨리빨리 정신의 한국인에게 “언제면 오겠구나” 하는 예측가능성을 제공하는데 언제 올지 모르니 짜증이 만발함



2. 엘베 설계가 잘못되어 있다


보통 복합건물이면 엘레베이터 동선 효율화를 할텐데 하나도 안되어 있어서 엘레베이터가 모든 층에 선다. 이건 말 안해도 무슨 느낌인지 알지?



3. 건물 층 개념이 복잡함


주차장 위에서부터 M, G층이 있다. 1층은 또 따로 있다.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객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찾기도 어렵다.


체크인도 이그제큐티브는 9층, 일반 게스트나 다이아몬드는 10층인데 이 또한 일반적인 호텔 UX는 아니다. 호텔에 처음 딱 들어왔는데 어디서 체크인해야 할지 모른다면 첫인상 점수는 당연히 깎인다.


아난티 타운이랑 연결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그라운드층 (일반적인 1층)에 체크인 할 수 없는 구조는 그렇다쳐도, 알기 쉽게 체크인은 하는 층 이름을 L floor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왜 체크인을 고층으로 고집했는지도 이해는 간다. 이그제큐티브면 체크인 하기도 전에 이런 (비슷한) 뷰를 볼 수 있거든








그래도 고객은 자신이 기본적으로 무엇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명확히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seamless하고 편안한 경험은 고객이 어디서 뭘 할수 있는지 직접 찾아 봐야만 아는게 아니라, 예상 가능한 방법으로 무엇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을때 친숙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박에 80씩 내면서 쉬러오는 곳인데, 네이버에 “부산 아난티 체크인 하는법”을 검색해보고 있는게 웬말인가.



여기서 배운점: 아무리 wow factor(예를들어 체크인 전의 멋진 바다 뷰) 가 있더라도 고객이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것 (지금 당장 어디서 체크인을 할 수 있는지)은 충족 되어야 한다.



워터하우스, 고풍스런 디자인 등 모두 인스타그래머블 하고 매력적이다. 근데 과연 이렇게 “보여지는 화려함” 때문에 아난티코브를 재방문 할 수 있을까?


진짜 쉬러 호캉스 하고 싶다면 난 다시 안 찾을것 같다. 호텔에 기대하는 것은 “최대한 신경 덜 쓰고 편안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니까. 사람마다 호텔을 찾는 목적이 다르겠지만 쉼이 목적인 사람에게 혼란스러운 설계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채워줄 수 없다.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참 되돌아보게 되는 경험이었다. 우리 앱에 들어온 고객은, 마치 편의점에서 원하는 것을 집어 계산하듯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가? 나는 그 연결성있는 경험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가?



업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하며 서울로 올라오면서 써보았다.



(단순 주관적인, 내돈 내산 리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밀가루가 없는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