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에 '화니단로 여행자들'을 입고하며
한국에는 정말 다양한 독림서점들이 있다. 독립서점은 그만의 색을 가지고, 다양한 책들을 취급한다. 영화 잡지를 테마로 하는 서점, 추리소설을 테마로 하는 서점, 시집을 테마로 하는 서점, 피아노 악보를 테마로 하는 서점, 정말 다양하다. 요즘 독립서점들은 온라인 스토어에 책을 게시하고, 판매를 하는 곳들도 많다.
나는 여행을 갈 때면 무조건 근처에 있는 독립서점을 찾는다. 여행지만의 분위기를 담은 독립서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독립서점을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단순히 독립서점 애호가였던 내가 독립서점과 지독하게 얽히게 되었으니, 독립서적을 출간한 이후부터였다.
한 달 전 나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후원자를 모집해 소설책을 제작하였다. 하지만 제작하였다고 다가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소설책을 판매해야 한다. 인플루언서도 아닌 내가 책을 팔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텀블벅 사이트를 활용하였다. 하지만 더 멀리 있는 독자들에게도 가닿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바로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에 독립출판 도서를 유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독립출판 도서를 소개하는 문서를 깔끔하게 제작해 서점에 입고문의 메일을 보내고, 입고 허락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책을 보는 명확한 눈을 가진 독립서점 사장님들은 아무 책이나 본인의 소중한 공간에 입고를 허락해주지 않았다.
한국에 독립서점은 정말 많다. 감사하게도 독립서점들, 책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모아놓은 웹사이트가 있다. 바로 '동네서점' 웹사이트다. 나는 이곳에서 독립서점 여러곳에 대한 정보를 취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립서점 리스트업을 했다고 다가 아니다. 어떤 독립서점은 입고문의를 받지 않는 곳도 있고, 영업을 더이상 하지 않는 곳도 있으며 나의 창작물과 서점의 결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몇 가지 사항을 꼭 염두하고 입고 문의 메일을 보냈다.
첫째, 서점이 현재 입고문의를 받고 있는지 확인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입고문의를 받는다며 메일 주소를 적어놓아주신 경우가 가장 안전하다. 이 경우 무조건 입고문의 메일을 드렸다. 하지만 입고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올려놓지 않은 책방도 있었다. 이 경우 스마트스토어에서 책방의 메일 주소를 찾아 기대감은 낮추고, 메일을 보냈다.
둘째, 소설책 판매를 하는 곳인지 확인했다. 시, 소설 등 문학 관련 독립출판 서적을 취급하는 곳인지 염두해두었다. 에세이를 취급하는 곳은 많지만 시, 소설 등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번째, 관리가 잘 되는 책방인지 확인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던 공간인 책방들, 방문했을 때 큐레이팅과 관리가 잘 된 책방들은 주저없이 문의 메일을 드렸다. 내 책을 잘 팔아줄 수 있는 곳인지, 정말 책을 팔려고 노력하는 곳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먼저, 책 소개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 꼭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첫장에 담는다. 그리고 책의 내지 이미지와 창작자 소개, 책 소개, 기본 책 판형을 담아 책 소개 문서를 만들었다. 독립서점마다 책소개 문서 규격이 있는 곳도 있다. 구글 설문지로 책 소개를 받는 곳도 있고, 정말 다양하다. 잘 확인해서 메일을 보내도록 주의했다.
책 소개 문서를 만들었다면 책방에 메일을 보내면 된다.
책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를 한 뒤, 그 아래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적기도 했다. 이를테면, 몇 년 전 ○○서점을 방문했을 때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메일을 쓰는 이 순간 정말 떨리고 기쁘고 영광이다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정말 좋아했던 서점에는 메일을 드릴 때 아주 길게 서점과 나의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쓰면서 스스로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내 이름을 처음 듣는 모든 책방지기 분들께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대부분의 독립서점은 작가에게 후불로 돈을 지급한다. 입고를 한 책이 한 권 팔리면 30%의 수수료를 제하고, 돈을 받는다. 유명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 유명 작가가 출간한 책은 서점에서 너도, 나도 입고를 한다. 하지만 증명되지 않은 독립출판 서적은 언제, 어떻게 팔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후불로 돈을 지급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다.
샘플북 1권과 5권의 도서를 처음 입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총 다섯 권의 책이 서점에서 모두 팔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단순 비관은 아니다. 독립서점을 많이 탐방하는 나도, 종종 빈 손으로 서점을 나올 때가 있으므로. 독립서점에는 취향과 선택이 분명한 독자들이 방문한다. 그들은 절대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사람이 많이 방문하고, 독립서적 위주로 책을 배치하고, 온라인 책방도 운영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책을 판매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독립서점에만 입고문의 메일을 드렸다.
처음에는 내 책을 품어주겠는 곳을 찾기 위해 어디든 무작정 입고문의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 책을 팔게 될 경우 30%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후불로 돈을 받으며, 서점에 보낸 책 다섯 권이 다 팔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창작자 스스로도 책방을 깐깐하게 고르고 입고 메일을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B급 취향 인스타그램
약 25곳의 서점에 입고문의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곧바로 입고는 어렵다는 메일을 연달아 네 통 받았다. 입고문의 메일을 보낸지 2주가 넘어가는데 나는 여전히 입고 거절 메일을 받고 있다. 나는 거절에 익숙해서 마음이 괜찮다.
친절하고, 사려깊은 문장을 담은 메일들이 많았다. 혹 창작자가 슬플까봐 걱정하는 눈치로 찬찬히 문장을 골랐을 책방지기 분들의 정성에 나는 오히려 응원을 받았다.
책방지기 분들은 창작자와 책방 모두가 좋은 방향을 찾기 위해 입고를 거절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무작정 받았지만 책이 팔리지 않는다면 독립서점이 아닌 창작자에게 큰 손해다. 책방은 창작자를 위해 친절한 거절을 해주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절 메일도 감사히 받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여럿 입고 허락 메일도 받았다. 나는 한 시간 이내에 찾아갈 수 있는 책방이라면 '화니단로 여행자들' 여섯 권을 품에 안고, 직접 독립서점에 방문했다. 책방지기 분들을 직접 뵙고, 책을 건네드렸다. 내 아이를 맡기는 심정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말하며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내가 정말 작가가 된 기분이라 마음이 일렁였다.
독립책방에 고객이 아니라 작가로 방문하는 경험은 새롭다. 내 책이 애정하는 공간의 서가 어딘가에 꽂혀 있다는 사실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독립서점에 책을 입고하며 생각한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나는 내 책을 만들고 있겠구나. 이렇게 기쁜 일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