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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가루 Oct 14. 2021

엄마의 유통기한

"엄마"라는 호칭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일까?


나의 경우는 대학생이 되고나서부터,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왠지 부끄러운 상황이 하나, 둘 늘어났다. 주변 친구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볼 때마다, 아직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미완성의 성인으로 여겨지거나, 좀 마마보이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라고 부르는 일이 자연스러웠던 탓에 '아빠'라는 호칭을 진작 졸업했던 것을 생각하면, 뭔가 부조화스러웠다. 마음의 정리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을 때

"어.머.니"

라고 소리 내어 조용히 연습해보았다.

으... 어색해, 어색해~


이런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라는 단어는 입 안에서만 맴돌 뿐,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하, 어떡하지?


혁명은 어렵고, 개혁은 쉽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개혁조치를 차츰 실현해나가는 것이었다.

계획은 신중하게, 실천은 당장! 휴대폰을 찾아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식사하셨어요...

엄니?"



사투리가 이렇게 고마울 데가!

'엄마'에서 '엄니'를 거쳐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완벽히 정착하는 시기가 언제일까 싶지만, 한 단계 어른 쪽의 방향으로 한걸음 내딛었다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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