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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만 Aug 10. 2021

그래도 출근은 해야겠지?

먹고사는 게지치고 힘이 들 때가 있어.


어느 날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밥을 달라고 울었다.

흰털을 가진 고양이는 얼마나 굶었는지 종이처럼 얇은 몸을 가지고 내 다리에 와서 비볐다.

"야옹"

힘없이 우는 너의 목소리가 애처로웠다.

삶이 쉽지 않지? 집은 있니?

그때 누군가가 너에게 발길질을 했다.

"저리 가! 재수 없게."

놀란 너가 재빨리 몸을 숨겼다.

너를 보는데 왜 내가 서글픈 생각이 든 걸까?

너의 신세가 꼭 나 같아서 자꾸만 눈물이 삐죽삐죽 튀어나오려고만 한다.

산다는 게 어찌 이리 고달픈지....


대학 졸업하고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했는데,

통장에 단돈 백만 원이 없다는 사실에 어이없어 웃음이 난다.

큰돈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비싼 명품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오늘도 10년 전에 구입한 정장을 꺼내 입고

5년 전에 구입한 구두를 신었다.

인터넷에서 구입한 2만 원짜리 가방에 소설책 한 권을 넣고 지하철을 탔다.

창밖으로 수많은 아파트가 지나간다. 손가락 한 뼘이나 될까 말까 한 저 아파트는 30층이 넘는다고 했다.

'나는 언제 저런 집에서 살아볼까?'

나는 핸드폰을 켜서 통장 속 잔고를 확인했다. 어제 엄마가 간장게장이 먹고 싶다며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간장게장을 시켜주면 나는 월급날까지 커피를 마실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달도 아낀다고 아꼈는데 저축할 돈이 없다.

차비, 핸드폰비, 식비, 화장품, 또 뭘 샀더라????

아. 저번 주에 친구들과 술을 마셨지? 친구에게 술값 3만 원을 보냈던 게 생각났다.


오늘도 일을 하러 간다.

어제 팀장님이 시킨 일을 퇴근 전까지는 끝내야 하는데....

저번 주 퇴사한 이대리가 나한테 넘긴 일도 오늘까지 끝내야 하는데....

아~ 지친다. 삶이여~

가끔 돈 버는 게 너무 지치고 버거워 혼자 넋두리를 해보았다.

먹고사는 게 뭐라고 이렇게 힘에 겨운지.

나만 힘든 게 아니겠지? 하고 위로를 해보지만, 그 위로가 가끔은 나를 더 지치게 할 때가 있다.

"너도 힘들지? 나도 힘들어. 그래도 출근은 해야겠지?"


출근한다고 뭐 나아지진 않겠지만, 출근을 해야 더 나빠지지 않겠지?라고 나 스스로를 또 한 번 다그친다.

그래. 오늘도 버텨보자. 우리 엄마가 간장게장이 먹고 싶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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