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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만 Aug 25. 2023

대환장 킹더랜드

미스터 화이트

아름다운 섬 제주도. 낭만이 있고 로맨스가 가득할 것 같은 섬 제주. 하지만 현실은 엉망진창 대환장파티가 벌어지는데..., 사람 사는 곳이 뭐 다 그렇듯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뿐. 봐도, 봐도 놀라운 사람들의 행태를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아, 미리 말해드리지만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1. 미스터 화이트     


  미스터 화이트라고 불리는 남자가 있다. 나이는 이제 37세.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다. 다른 지점에서 10년을 근무하고 올해 3월 제주도로 발령을 받아왔다. 미스터 화이트의 본명은 따로 있다. 짐작하겠지만 그의 성은 ‘왕'이다. 더 좋은 별명을 붙이고 싶었지만, 창의력이 없는 내게 그 이상은 무리였다. 직업 특성상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말에 대답만 하도록 훈련이 되어있는 게 영향이라면 영향일지 모른다. 우리는 늘 이렇게 말한다. 이 회사는 군대보다 더 경직되어 있는 곳이라고. 있었던 창의력도 말살시켜 버리는 곳이 바로 내가 일하는 곳이다.

 우리가 그를 이름 대신 미스터 화이트라고 부르는 이유는 혹시나 하는 노파심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걸리긴 했지만, 그도 언젠가 우리가 하는 험담을 듣게 될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가 지금 여기에 없으니 우리는 또 험담을 하게 된다. 그가 어디 갔냐고? 그는 지금 카페에 있다. 날씨가 더운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선배님. 지금 미스터 화이트가 커피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입사한 후배 윤이 말했다. 그의 눈은 미스터 화이트를 쫓으며 귀와 입은 내게로 향해있다.     

 “야! 화이트가 커피를 마시면 블랙으로 변하는 거 아니야?”     

 내가 말 같지도 않는 말을 떠들었다. 말하고 보니 웃겼다.     

 “화이트 선배는 이미 속은 썩어있었어요.”     

 윤이 못마땅한 듯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속이라니 뇌까지 썩은 것 같던데. 그러니 생각이라는 걸 못하지”     

 내가 말하자 윤이 배를 잡고 웃으며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저러도 모가지가 댕강 부러지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역시. 그런 거였어. 어쩐지 어제 그렇게 헛소리를 하더라. 별명을 바꿔야겠어요. 미스터 블랙으로. 어때요 선배?”     

 미스터 와이트와 윤은 사사건건 부딪혔다. 미스터 화이트는 입사한지 10년 넘었고 그래서 자신이 하는 말이 다 맞는다고 했다.      

 “내가 지금까지 회사 다니면서 너처럼 처리한 건 단 한 번도 없었어. 내 말이 맞아.”     

 늘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자신 말이 곧 법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단 0.00001% 도 하지 않았다. 위험한 놈이다.      

 

 미스터 화이트는 커피를 사들고 사무실로 가더니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궁금한 우리는 사무실 문을 열고 미스터 화이트를 눈으로 찾았다. 화이트는 창고를 뒤져 빈 책상 하나를 끌고 나타났다.

 “선배님, 뭐 하세요?”

 “아! 내 책상이 없어서 만들려고. 저기 구석에 안 쓰는 전화기 있던데 그거 내가 써도 되지?”     

 미스터 화이트는 아이스커피를 쪽쪽 빨며 책상을 이리 옮겼다 저리 옮겼다.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었다. 사무실 문 바로 옆에 책상을 붙이더니 마음에 드는지 흐뭇하게 웃었다. 이번에는 또 어디서 컴퓨터를 가져와 전선 연결을 시도했다.     

 “선배님. 전선 함부로 만지면 안 왜요. 전산팀에 전화해요.”     

 걱정된 마음에 윤이 말했다.     

 “아니야! 내가 회사 짬밥이 몇 년짼데, 이런 건 눈 감고도 해.”

 “아! 그래도 여기는 전선이 복잡한데..., 그러지 말고 시설팀에 전화해요. 네?”

 “괜찮아! 전선은 이거 다 똑같아! 자. 이선을 빼서 이렇게 연결하면.......”

 “팍!”     

그때였다. 기존 전선을 뽑아 다른 위치로 옮겨 꼽는 순간 사무실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     

 “악!”     

 팀장이 비명을 질렀다. 30분 뒤 회의에 가져갈 엑셀파일이 날아갔다.      

 “야!”     

 팀장이 소리쳤다. 미스터 화이트가 놀라서 삐질삐질 땀을 흘리고 있다. 놀란 그의 얼굴이 별명처럼 하얗게 변했다.

 “이게 왜 안되지?”     

 결국 시설팀이 전부 달려왔다. 그렇게 사무실은 5시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모든 게 다 엉망진창이었다.  “앞으로 전선은 절대 건들지 마세요.”     

시설팀장이 경고를 날리고 자리를 떠났다. 미스터 화이트가 쭈뼛쭈뼛 몸을 웅크려 시선을 피했다. 시설팀이 떠나자 미스터 화이트 얼굴도 다시 원래 색을 찾았다.     

 “선배님. 괜찮아요?”     

 잔뜩 기죽어 있는 미스터 화이트를 보고 후배 윤이 걱정돼 물었다.     

 “윤 후배님. 내가 보니까 제주 사업장 배선이 이상한 거였어. 내가 했던 방법은 맞아.”     

 미스터 화이트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도 당당하게.      

 “허걱!”     

 미스터 화이트 말을 듣고 윤이 경악했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우리는 더 이상 그를 미스터 화이트라고 부르지 않았다. 우리는 그를 셧다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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