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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만 Sep 05. 2023

대환장 킹더랜드

미스터 매력의 여름

아름다운 섬 제주도. 낭만이 있고 로맨스가 가득할 것 같은 섬 제주. 하지만 현실은 엉망진창 대환장파티가 벌어지는데..., 사람 사는 곳이 뭐 다 그렇듯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뿐. 봐도, 봐도 놀라운 사람들의 행태를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아, 미리 말해드리지만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2. 미스터 매력의 여름

 

  6월 말이 되면 미스터 매력은 여름 바람의 열기에 밤잠을 설친다. 제주 바다가 몰고 온 끈적한 습도와 뜨거운 바람 때문이다. 바다가 몰고 온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육지의 짙은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대학생들도 몰고 왔다. 그들은 제주도의 푸른 밤을 꿈꾸는 실습생들이었다. 누구는 대구에서 누구는 경기도에서 누구는 춘천에서..., 너무나 다양한 지역에서 날아왔다. 인사만 해도 까르르 뒤로 넘어갈 듯 웃는 신입을 보면서 미스터 매력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었다.

 

  미스터 매력이 제주도에 온건 6년 전이었다. 180이 넘는 키에 긴 팔다리를 가진 미스터 매력의 가장 큰 장점은 얼굴이었다. 누구든 한번 보면 시선을 머물게 하는 잘생긴 얼굴, 그것이 신이 미스터 매력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잘생긴 얼굴은 실습생들의 관심을 끌었고, 미스터 매력은 늘 여름만 되면 연애를 시작했다.

 6월이 되고 수국이 활짝 피었다. 김포에서 왔다는 실습생 여자아이가 수국을 보고 꽃처럼 싱그럽게 웃었다. 미스터 매력은 그녀의 미소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선배님, 이것 좀 봐주세요.”

미소가 예쁜 아이가 미스터 매력을 불렀다. 미스터 매력은 그녀의 부름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녀가 부르는 소리는 미스터 매력의 가슴을 간지럽혔다. 어찌나 간지러운지 옷을 벗고 시원한 바다로 달려가 풍덩 빠져들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선배님, 해수욕장 포차 가보셨어요? 진짜 예쁘던데.”

그녀가 말했다. 포차? 미스터 매력은 잠시 생각했다. 그녀와 함께 바다 앞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상상을....... 그녀가 웃고 있다. 이건 함께 술 마시고 싶다는 유혹이다. 그럼, 당연히 가야지.


  그날 밤 미스터 매력은 그녀와 함께 해수욕장을 찾았다.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맥주와 한치회를 시켰다. 먼바다에 수많은 꼬마전구들이 떠다녔다. 궁금해하는 그녀에게 저것은 한치 잡이 배일 거라고 알려주었다. 어느새 맥주가 소주로 변해 있었다. 미스터 매력의 슬리퍼 한쪽이 벗겨졌다. 미스터 매력은 맨발로 모래를 더듬었다. 발가락을 파고드는 모래가 간지러워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다. 미스터 매력의 시선이 그녀의 눈에 닿았다. 그녀의 눈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바다를 옮겨 놓은 것처럼 눈이 부셨다. 또 다른 세상 속 바다가 출렁였다. 미스터 매력은 그녀의 눈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 안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싶었다.

“오빠, 저한테 할 말 있어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미스터 매력을 보며 그녀가 물었다. 할 말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몇 번이나 튀어나올 뻔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멀미가 났다. 미스터 매력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먼바다에 던졌다. 바다에 떠 있는 고깃배들이 응원을 보내는 것 같았다. 순간, 이상하게도 목구멍이 간질거렸다.

“나하고 사귈래?”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말없이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미스터 매력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심장을 부여잡았다. 심장이 활어처럼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 미스터 매력은 반대쪽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뜨거웠다.

 그날 이후로 미스터 매력은 그녀와 함께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녔다. 대학교 1학년인 여자는 제주도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미스터 매력의 손을 잡고 가는 모든 곳이 다 좋았다.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스터 매력도 꿈을 꾸었다. 그녀와 함께할 미래를.......

 

  어느새 뜨겁던 밤바람이 차갑게 변했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미스터 매력은 불안했다. 그녀가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오빠! 연락 자주 할게요.”

드디어 그녀가 떠났다.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갔다. 제주에서 떠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겨우 한 시간만 견디면 되는 거였다. 그녀가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비행기를 타면 된다. “겨우 한 시간인데.......”

하지만, 미스터 매력은 알고 있었다. 마음의 거리에는 항로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곧 가을 태풍이 다가올 것이라는 걸. 9월 어느 날, 태풍 푸르매가 제주도를 향해 달려오던 날, 미스터 매력은 공항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날지 못하는 항공기를 바라보며, 전화를 받지 않는 그녀를 생각했다.

 

  미스터 매력은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외롭지 않았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또다시 인연이 찾아올 것이다. 따뜻한 파도가 그에게 미소가 예쁜 여자를 데려다줄 것이다. 다가올 미래의 인연을 꿈꾸며 미스터 매력은 오늘도 침대 위에 고단한 몸을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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