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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만 Aug 07. 2021

미운 아기오리 엄마의 마음

- 미운 아기 오리를 낳은 엄마의 마음 -

 

 호수 근처 나뭇잎 속에 오리 한 마리가 둥지를 틀고 앉아 있다. 엄마 오리는 어딘가 불편한지 연신 가슴 털을 부리로 뜯었다. 솜털을 하나씩 뜯을 때마다 눈물이 찔끔 새어 나왔다. 

 “아이 낳을 때가 다 됐구나.”

 지나가던 오리 할머니가 그녀를 보고 말했다. 

 “아니, 아빠 오리는 어디 가고 혼자야?”

 오리 할머니가 묻자 엄마 오리는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릴 뿐 말이 없었다. 얼마 전 세상 구경한다며 밖으로 나간 아빠 오리는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강해져야 했다. 뱃속에 있는 새끼 오리들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엄마 오리의 엉덩이에 빠질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끙”

 그녀는 부리를 꽉 깨물었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눈알이 튀어 나 올 것 같았다. 힘을 줄 때마다 뽀얗고 귀여운 알이 태어났다. 엄마는 정성껏 알을 품었다. 알을 이리저리 굴려 체온을 동일하게 유지해주었고 아무도 알을 헤치지 못하게 그 자리에 꼼짝없이 앉아있었다. 알을 품는 일은 힘들고 지루한 일이었다. 호수에서 헤엄치고 놀고 있는 다른 오리들을 보면 자신도 풍덩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꾹 참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가 크고 둥근 알을 가지고 장난치는 게 보였다. 알은 곧 깨져버릴 것 같았다. 

 “저리 가.”

 엄마 오리는 고양이에게 다가가 엉덩이를 부리로 쪼았다. 고양이는 난데없는 공격에 놀라서 저 멀리 도망갔다. 엄마 오리는 큰 알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아직 따뜻했다. 엄마 오리는 큰 알을 자신의 둥지로 데려와 함께 품었다.

 “내가 널 지켜줄게.”

 알을 품은 지 20일이 지나자 아기들이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기들은 생각대로 너무 귀여웠다. 그런데 유독 큰 알이 깨어날 생각이 없었다. 엄마 오리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 아이가 어디 잘못된 건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이고 맙소사. 그 알은 칠면조 알이 확실해. 나도 한 번 속았던 적이 있었다고. 녀석은 물을 무서워하니 괜한 고생 말고 포기해.”

 할머니 오리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엄마 오리는 할머니 말을 들으니 걱정에 패닉 상태가 되었다. 

 “아니야. 이 아이는 꼭 깨어날 거야.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엄마 오리는 끝까지 알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길 매일 기도했다. 그녀의 기도에 응답이라도 한 듯 찌지직 알이 깨어지더니 새끼가 태어났다. 

 “아이고 이게 뭐야. 못생겼어.”

 마지막으로 태어난 아기는 회색 털을 가졌고 덩치도 컸다. 지나가던 오리들은 저마다 회색 아기 오리를 보며 한 마디씩 던졌다. 하지만 엄마 눈에는 회색 오리가 못생겼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도 귀여웠고 어색하게 푸드덕 거리는 날갯짓도 예뻐 보였다.

 엄마는 새끼들을 데리고 호수로 걸어갔다. 아이들은 바깥세상에 신이나 이리저리 마구 뛰어다녔다. 그럴수록 엄마 오리 마음이 급해졌다. 세상에는 위험한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엄마 오리는 길고양이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신경이 곤두섰고, 개 짖는 소리에 잔뜩 긴장했다. 자신 혼자 저 아이들을 모두 지킬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힘을 내야 했다. 저 약한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건 오진 자신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얘들아, 조심해. 거기는 고양이가 있단다. 얘들아, 거기엔 짓궂은 아이들이 있어.”

 엄마 오리는 하루 종일 새끼들에게 소리를 치느라 목이 쉬었다. 호수에 도착하자 수많은 오리들과 기러기들이 떼를 지어 놀고 있었다. 엄마 오리는 먼저 호수로 풍덩 뛰어들었다. 그러자 새끼들이 엄마 오리를 따라 한 마리씩 호수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물이 무서워 망설이는 새끼 한 마리의 엉덩이를 툭하고 밀어주자 곧 호수에 따라 들었다. 마지막 회색 오리 한 마리만 뛰어들면 되었다. 할머니 오리가 했던 말이 떠올라 엄마 오리는 바짝 긴장이 되었다. 우려와 달리 회색 오리가 거침없이 호수로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보자 어미 오리는 너무 기뻐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엄마 오리는 새끼 오리들을 데리고 세상에 대해서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새끼 오리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맘껏 나아가길, 위험을 감지할 줄 알고,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랐다.

 “꽥꽥”

 갑자기 나타난 오리 무리가 회색 오리 목을 물었다. 

 엄마 오리는 깜짝 놀라 오리 무리들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 아이를 내버려 둬.”

 “저 애는 너무 크고 못생겼어. 우리와 어울릴 수 없어. 죽어야 돼.” 

 회색 오리를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날이 갈수록 회색 오리를 괴롭히는 일이 심해졌다. 

 “엄마,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 까요?”

 울고 있는 회색 오리를 보니 엄마 오리의 가슴이 미어졌다.

 “우리 아기는 못생기지 않았어. 넌 특별한 거야. 넌 분명 훌륭한 아이로 자라날 거야.”

 회색 오리는 엄마의 말을 듣고 다시 힘이 났다. 엄마 오리는 회색 오리가 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매일 용기를 주었다.

 “너 자신을 믿어. 넌 훌륭한 오리가 될 거야.”

 회색 오리는 친구들이 괴롭힐 때마다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좌절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하늘 위에 멋지게 나는 백조처럼 될 거라 희망을 가졌다.

 “난. 특별한 거야. 저 백조처럼 훌륭하게 자랄 거야.”

 어느 날, 암탉과 오리 무리가 회색 오리를 쪼고 물어뜯었다. 심지어 농장 소녀가 발로 회색 오리를 찼다. 회색 오리는 너무 놀라 담장을 넘어 뛰어올랐다. 온 힘을 다해 도망을 쳤다.

 “물려 죽은 게 분명해. 배은망덕한 놈 길러줬더니 집을 나가?”

 저마다 사라진 회색 오리를 두고 한 마디씩 했다. 하지만 어미 오리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했다. 자신의 아이는 약하지 않다고 꼭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회색 오리가 사라지자 오리 무리들이 어미 오리 새끼 중 가장 약한 오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새하얀 날개를 펼치며 하늘을 날고 있는 백조 한 마리가 나타났다. 백조의 우아한 모습에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백조는 어미 오리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회색 오리가 아름다운 백조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어미 오리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마치 진주처럼 아름다운 빛을 내며 반짝였고 호수를 아름답게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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