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자기 발견 X 영어공부 챌린지 회고
시작은 이랬다.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라 자기를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100가지 질문이 있는 자기 발견시트를 만들었다.
직장인들이 조금 더 자신을 알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 시트를 만들었고, '사람들에게 자기를 좀 더 알고 싶어 하는 니즈가 있을까?'를 실험하고자 SNS에 공유했다. 팔로워가 많지 않은 나에게 200분 가까이 되는 분들이 공유 신청을 해주신 걸 보곤 ‘있다'는 대답을 얻었고, 그것으로 만족했다.
자연스럽게 내 개인 고객님들께도 자료를 공유했다. 그중 직장을 떠날 준비를 하던 한 고객님께서 퇴사 후 천천히 하나씩 답 해보고 싶다 하셔서 ‘저랑 같이 100일간 대답해 보시는 건 어때요?'하고 제안을 드렸다. 나의 오랜 고객이시기에 퇴사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시작 날짜 등을 얘기하다 '100일보단 50일이 낫겠죠?' -> '한 번 같이 할 사람 모아볼까요?' -> '영어도 공부할 겸 영어로 해볼까요?' 이런 흐름으로 자기를 알아가며 영어도 공부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유료 챌린지가 탄생했다. '아무도 안모이면 저희 둘이 하죠 뭐!'라는 마음으로 부담 없이.
1:1 코칭 외에는 첫 유료 프로그램 고객을 모집하는 거라 소개 영상과 함께 올렸다. 이제 막 개인 활동을 시작했기에 나라는 사람이 아직 누군지 잘 모르면 함께 할 사람이 있을까 싶어 큰 용기 내어 올렸는데, 모집에 실제 효과가 얼마나 있었나는 모르겠다. 다만, 영상을 찍을 땐 이런 준비와 과정이 필요하구나를 배웠다. 얼마나 얼굴이 두꺼워야 하는지도...!
그리고 지인 중 관심이 있을 법한 몇몇에게 소개를 했다. 5명만 모여도 감사하겠다 싶었는데 최종적으로 나포함 13명이서 챌린지를 시작하게 됐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월-토 50일 동안 진행했다. 매일 아침 6시에 두 개의 질문이 영어, 한국어로 올라가고- 거기에 자유롭게 영어로 답하는 (GPT사용 가능) 방식이었다. 이번 주 수요일 마지막 2차 줌모임을 하며 피날레를 했다.
약 50% 정도의 참석율을 보인 분들 4명, 70% 이상은 6명, 나머지 세 분은 10% 미만이었다. 당연히 얻어가시는 게 많았던 분들은 70% 이상 참여하신 분들이었고 아래와 같은 후기를 남겨주셨다.
유료 챌린지를 처음 운영해 보니 진행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이 많았다. 어떤 프로그램을 하든 배운 것을 적용시켜 더 나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기록을 남겨본다.
1. MVP(Minimum Viable Product)로 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서두에 설명했지만 나는 큰 그림 없이, 단순히 '이게 될까?'싶어 시트를 만들고, 고객님께 퇴사 선물을 드리기 위해 챌린지도 시작했다. 작은 단위로 쪼개서 시도해 본 것은 좋았으나 애초에 큰 그림을 전혀 그리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아쉬웠다. 물론 처음이고 고객의 니즈와 시장 파악을 위한 움직임이었기에 만족하나 다음부터는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갖고 출발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2.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리듬은 한정되어있다.
50일 동안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참여율이 저조한 분들을 위해 소소한 커피 이벤트를 두 번 열었다. 꾸준히 하시는 분들은 그런 이벤트가 있으나 없으나 계속하셨지만, 잠깐 살아났던 분들은 그런 이벤트가 없으면 다시 스르르 잠적했다.
50일은 비동기적&온라인으로 어떤 것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기엔 긴 시간이었다. 운영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챌린지든 워크숍이든, '짧고 굵게'로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여러 과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무엇이든 함께 할 사람들이 추려지면, 그분들과 장기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듯하다.
(오프라인 교육, 교육비가 지나치게 비싸거나 자격증인 경우는 다른 케이스라고 본다.)
3. 상품의 목적에도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처음엔 자기를 알아가는 모임으로만 시작하려 했다. 그러다 자기 성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내가 영어공부를 너무나 좋아하기에 둘 다 잡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해 보면 어떨까 해서 이 모임이 탄생했다.
모임 후기를 들어보니 대부분 자기를 알아가는 것에는 100중 90을, 영어는 5-10 정도 얻어가셨다. 차라리 가격을 좀 낮추고 한국어로만 모집을 했다면 얻어가는 효과가 더 분명하고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많은 직장인/예비 취업인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에 대해서도 더 알 수 있었을 거다. 1번과 연결되는 지점인데, 큰 그림(전략)을 더 잘 그렸더라면 두 마리 토끼를 잡기보단 하나에 집중하거나 한국어/영어를 통합하든 둘로 나누던 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상품의 목적에도 우선순위가 필요함을 배웠다. 반드시 얻어가야 하는 것, 부수적으로 얻어가면 좋은 것으로 나눠야지, 모두 다 반드시 얻어갈 순 없다! 그럼 욕심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품이 되는구나를 깨달았다.
지금은 어떤 상품 하나로 돈을 벌기보단 내가 실제 만날 수 있는 고객들, 어떤 가치를 주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확인해야 하는 단계임을 깨달았다.
다음에 다시 이 비슷한 모임을 기획을 한다면,
1. 10가지 영역을 아예 모듈로 나누고, 10일이나 15일씩의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2. 자기를 알아가는 것뿐 아니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소스도 함께 제공해 주면서 퀄리티를 더 올리면 좋겠다.
3. 답변을 모아서 개인에게 보내주면 좋을 듯. 카카오톡으로 진행 중인데, 질문 올리는 과정부터 답변모아 주는 것까지 좀 더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 된다.
돌이켜보면 이번 모임은 콘텐츠보다 ‘설계’에 대해 더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모임을 어떤 리듬으로 운영해야하는지, 특히 온라인 모임에서의 시간, 질문의 밀도, 참여자의 에너지는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다뤄야 하는 요소임을 배웠다.
운영자이지만 참여자로서 좋았던 점은, 물론 프로그램 목적이었던 '나를 좀 더 알아가는 것'도 있었지만 '매일 나에대해 생각해보고 언어로 정리한다는 감각'도 좋았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모두 함께 말이다.
이번 모임은 끝났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더 분명한 질문과 구조를 가진 모임을 다시 만들어보고자 한다.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자기를 알아가고 싶은 사람들과 조금 더 밀도 있는 방식으로 만나는 자리를 다른 형태로 준비해야지.
그리고 역시 무엇이든 해봐야 배울 수 있음을 다시 깨달았다.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용기 내어 첫 발을 디뎌본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하나의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자 기록을 해두는 점도, 예전에 비해 조금 더 성장했구나- 성장하려고 애쓰는 나를 관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