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프로세스는 회사 또는 디자이너마다 각기 다르다. 하지만 디자인을 진행할 때 컨셉의 중요성은 말을 안 해도 알 것이다. 컨셉이 중요한 건 알고 있지만 실무에서 컨셉, 모티브, 스타일을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았다.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각 단어들이 의미하는 바는 확연히 다르다. 컨셉의 중요성을 알고 싶으면 먼저 컨셉이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사전적 의미로 보면
"Concept = 개념"
개념
1.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2. 사회 과학 분야에서, 구체적인 사회적 사실들에서 귀납하여 일반화한 추상적인 사람들의 생각.
3. 여러 관념 속에서 공통된 요소를 뽑아내어 종합하여서 얻은 하나의 보편적인 관념.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위 사전적 의미를 다시 살펴보면
첫 번째로 컨셉(개념)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이는 무형의 개념이고 우리가 디자인 작업을 할 때 모티브와는 다른 의미로 생각해야 한다. 모티브는 컨셉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유형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고급 브랜드의 공간을 디자인할 때, 컨셉은 "고급스러운"이고 모티브가 "고급 호텔 로비"가 될 것이다. 컨셉은 보통 '볼 수 없는 것'이고 모티브는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두 번째로 일반적, 공통적, 보편적인 특성이 있다. 이를 다시 생각해보면 디자인 과정에서 컨셉을 구축할 때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반적인 가치도 내포해야 한다. 간혹 실무에서 제안서를 보면 컨셉을 이해가 쉽지 않은 단어들로 휘황찬란하게 보여줄 때가 있다. 쉬운 예로 '건축학개론'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영단어를 써가면서 건축에 대한 컨셉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실무에서도 일어난다. 디자인을 진행할 때 협업을 많이 하게 되는데 디자인 초기 단계에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온다. 저자는 이 단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보통 실무에서는 빠르게 진행하게 되어 아쉬웠던 프로젝트들이 많았다. 이 단계에서 서로 생각을 공유하려면 일반적인 가치도 생각을 해야 한다. 서로 이해할만한 단어나 이미지로 소통해야 공유했을 때와 그리고 이 디자인 컨셉이 최종 결과물로 나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였을 때 더 영향력이 짙어질 것이다. 물론 너무 일반적이게 되면 디자인이 재미없고 창의성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가치와 창의성의 새로운 가치 사이를 조율하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단계를 밟아 컨셉을 구축했다고 가정해보자, 컨셉을 잘 잡았다면 다음 스텝으로는 조금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디테일한 순서는 다르겠지만 컨셉 이후 프로세스를 보면, 모티브- 디자인 코드 - 스케치 - 도면화 - 3D 그래픽 - 제안서, 이 과정 속에서 컨셉을 기준으로 작업하면 된다. 작업 중간에 컨셉과는 다른 좋은 레퍼런스를 보고 그것을 반영한다면 일관성이 무너진다. 컨셉의 일관성이 없다면 결과물이 클라이언트나 관람객에게 큰 영향력을 줄 수 없다.
디자인에서 컨셉의 역할은 큰 방향을 설정해주는 프로젝트 전체의 가이드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다른 길의 유혹으로 빠질 위험들이 있다. 자신이 한 디자인보다 더 좋은 레퍼런스가 있는 경우, 상사의 요청으로 바뀌는 경우,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변경되는 경우 등 여러 변수들이 있다. 그때마다 컨셉의 일관성을 생각하고 자신이 맡은 디자인을 지켜야 한다. 힘들겠지만 그들을 최대한 설득해봐야 한다. 그저 시키는 대로 수동적인 태도로 임한다면 컨셉을 지키기 어렵다. 자신의 디자인에 자신감을 가지고 컨셉을 살려야 한다.
이 글이 여러 디자이너에게 도움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이 넘쳐 보이는 디자인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