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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ZEMA Mar 20. 2022

디자이너분들 야근하지 맙시다!

컨셉과 비용에 관하여

오늘도 수정이다.


디자이너의 업무는 클라이언트에 의해 오늘도 좌지우지된다. 유명하거나 경력이 오래된 디자이너가 아니라면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휘둘린다.

클라이언트는 오늘도 수정사항을 메일로 보낸다. (왜 대부분 퇴근 시간 즈음해서 메일을 보내는 걸까?...^^)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한숨만 나온다.  

이전에 제안했던 디자인이 다시 나온다.  답답하다. 비효율적인 디자인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 의지가 떨어진다.

마음을 다잡고 메일 내용대로 디자인을 수정해서 주면 다시 수정사항이 온다. 방향성 없이 일을 하다 보면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길로 빠져들어간다.  혹자는 디자인은 원래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물론 마감기한이 빠듯해 급히 디자인을 진행해야만 하거나 진행과정 중 큰 이슈가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추가 근무를 할 수밖에 없겠지만 다른 경우들은 아니다. 필자 생각에는 원래 그런 건 진리 빼고는 없다. 디자이너는 원래 야근한다고 해서 야근하면 안 된다! 무의미한 야근은 개인과 회사에게 큰 손실이다. 이런 경우는 없어져야 한다.


이러는 걸까?

(이전의 나의 글 '컨셉의 일관성'을 읽고 이 글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컨셉은 디자인 작업에 있어서 기본 중의 기본이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런 컨셉을 명확하게 잡지 않고 디자인을 진행하게 되면 클라이언트도 디자이너도 서로가 힘들어지고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며 결과의 만족도는 투자 대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를 우리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필자가 실제 경험한 프로젝트를 비교해서 컨셉과 비용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싶다. 컨셉이 잘 잡힌 'A' 프로젝트와 컨셉 없이 시작했던 'B'프로젝트를 필자의 기준에 따라 나눠서 작성해보았다.


A 프로젝트

예산 - 3천만 원

기간 - 2019 09월 01일~10월 18일(48일)

야근 - 0일

주말 출근 - 1

수정 횟수 - 3

미팅 횟수 - 2019년 09월 06일/17일/19일/26일(4번) 


B 프로젝트 

예산 - 3천3백만 원

기간 - 2022년 02월 22일~03월 26

야근 - 6일

주말 출근 - 2일

수정 횟수 - 7

미팅 횟수 - 2022년 02월 21일/ 03월 04일/07일/14일(4)


완전히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하기는 어려워 예산이 비슷한 프로젝트로 비교해보았다. 컨셉이 안 잡힌 B 프로젝트 야근 일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수정 횟수에서 횟수도 많지만 그 업무의 강도가 또한 다르다. 컨셉이 안 잡힌 프로젝트가 더 힘들다. 전체 디자인을 잡고 디테일한 부분들을 수정해가야 진행이 되는데 컨셉이 안 잡히면 디자인 전체를 바꾸는 일이 다반사다. 비용적으로도 야근할 때 야간 인건비와 부대비용(사무실 유지비용: 전기세, 수도세, 석식비, 교통비 등)도 생각을 한다면 만만치 않게 지출된다. 이를 계산해서 비교해보면


-인건비: 1일 231,775원(*2021 엔지니어링 단가표 건설부문 중급기술자 기준)

-부대비용: 1인당 1일 약 80,000원(석식비, 교통비, 사무실 관리비 및 유지비)

-1인당 1일 비용 311,775원

계산하기 편하도록 320,000원으로 가정하고 추가 근무 비용을 계산해보면

A 프로젝트는 1일 X1인 320,000원 / B 프로젝트는 8일 X 2인 5,120,000이다.

컨셉이 제대로 안 잡힌 B 프로젝트는 4,800,000원을 더 지출했다.


상기 비용은 필자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산출했다. 중요한 건 비용을 더 투자해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로젝트를 마칠 당시에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는 그저 보통이었다. 그냥 해야만 하는 일을 끝냈다는 반응 정도로 느껴졌다. 하지만 A 프로젝트 클라이언트는 나를 보고 웃으면서 디자인을 너무 잘해주셨다는 찬사를 보내주셨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디자인 초기 과정부터 컨셉을 잘 잡는다면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모두가 공통된 생각을 갖게 해 준다. 디테일한 디자인 생각 달라도 방향성은 같다. 이는 디자인 프로젝트 전체의 가이드를 설정해준다는 측면에서 디자인을 보는 관점을 공유수 있다. 마치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공유하는 클라우드 공간에 실시간으로 생각을 공유하는 것과 비슷하다. 컨셉이 안 잡힌 경우라면 각자의 하드 드라이브에 데이터를 저장하다가 서로가 만나 막상 생각을 공유하면 다른 점만 보이고 수정이 많아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힘들더라도 컨셉을 명확히 잡는 과정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 급한 마음에 핀터레스트를 열어 레퍼런스 이미지를 찾는 것은 나중에 더 힘들게 다가올 것이다.


모든 디자이너분들 야근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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