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ZEMA Sep 20. 2021

공간에 대하여

공간은 힘이 있다.

2020년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teamlab LIFE 전 미디어아트 전시공간 프로젝트에서 공간 PM 역할을 맡아 일을 했다. 보통의 전시 행사는 길어도 일주일 정도가 보통인데 teamlab 전시는 거의 1년이란 시간 동안 전시했다.

그 긴 시간 동안 나의 주변 친구들, 친구의 지인 분들이 팀랩 전시를 잘 관람했다는 말과 고생했다는 따뜻한 말을 주었다. 그만큼 관심과 사랑을 받으니 나도 자연스럽게 애착이 많이 갔다. 친구들과 함께 종종 팀랩 전시를 오면서 더욱 그런 감정이 짙게 느껴졌다. 1년 동안 이렇게 내가 참여한 공간이 있다는 게 좋았다.

하지만 다음 다른 전시가 들어오기 때문에 자리를 내어 주어야 했다. 철거를 해야만 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오래된 인연을 떠나보내는 듯한 마음이었다.


이상하다..?


보통은 행사가 빨리 끝나고 철거하고 신경 쓸게 없어져 속 편히 자야지하는 마음이 컸는데 전시기간이 길어서일까? 마음이 달랐다.

왜 마음이 다른지 고민했는데 공간이 가진 힘이 있었다. 설치할 때부터 같이 협력했던 많은 분들, 그분들과 함께 힘듦을 나누며 조금은 덜 힘들게 즐겁게 일했던 기억, 공사가 완료되고 많은 분들이 관람하는 모습, 공간 안에서 즐겁게 사진을 찍고 마스크에 가려져도 막지 못하는 행복한 눈웃음,

그 공간 안에서 친구와 나누었던 이야기, 친구들이 감탄하는 표정, 그것을 보는 뿌듯함, 새로운 관점에서 본 친구의 질문들이 그 공간과 함께 있었다. 이런 요소들이 나에게 기억의 힘으로 작용했고 철거를 하려니 마음이 안 좋았다.


나중에 몇 년이 지나서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팀랩 라이프전 전시를 본다면 그 당시의 기억들이 진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노래를 들으면 그때 당시의 과거 기억들이 짙어지듯이 말이다.

공간은 힘이 있다. 꼭 그 공간 안에서 뿐만 아니라 그 공간을 벗어난 공간에서도 사람들의 기억에 존재하기 때문에 힘이 있다. 한두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힘이 작용한다면 공간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상당한 책임의 무게가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할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 좋은 기억으로 남아 그 좋은 기억이 또 다른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위험하게 살아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