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간에서 '창' window을 통해 발현되는 경험의 현상들은 한둘이 아니다. 또한 공학적 관점에서 '창'이 갖추어야 할 물리적 성능과 품질 요소는 사실 만만하지 않은 대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파트 인테리어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창은 조망을 위한 통창, 고만고만한 새시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하다.
반대로 건축가들은 집 짓기의 설계 과정에서 창의 크기, 위치, 타입, 스펙 등을 여러 번 수정하게 되는데, 그만큼 창과 공간의 성격, 분위기, 기능 등의 관계성은 밀접한 부분이다. 심지어 패시브하우스를 짓기 위해서는 창의 크기, 위치, 타입, 스펙 등 형상의 문제가 에너지 해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며, 경우에 따라 외벽의 단열재 두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주변의 건축물을 살펴보면 공장, 창고, 백화점, 교도소 등의 건축물에는 창이 없거나 창의 기능은 최소화되어 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는데, 삶의 일상적 공간이 아니거나 특수한 의도를 갖는 건축물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반지하 빌라나, 고시원 같은 주거용 건축물에도 창의 기능은 최소화되어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러한 상황을 건강한 주거문화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건축 공간에서 창과 관련된 여러 현상들이 사실 만만한 것들이 아님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창은 공간을 공간답게 만들어주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장소의 다양한 사건과 현상들을 매개해 주는 일종의 웜홀 같은 장치이다.
테크니컬 한 관점에서도 창에 대한 많은 오해와 왜곡된 정보는 만년 하다. 이중창이 어떻고, 시스템창호가 어떠하며, 삼중유리가 어떻고 기밀 시공은 어떻고 등 공학적 사실관계에 입각한 테크니컬 데이터는 분명 존재하지만, 정보의 바닷속에는 무수한 속설이 난무하는 대상 중 하나가 주택 공간에서 창에 대한 정보들이다.
집 짓기에서 창에 대한 관점을 단순히 인테리어의 문제가 아닌 공간의 문제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건축 상담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위 '통창'에 대한 일방적인 선입견은 이제 다소 차근차근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