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덕후의 성지
독일인들이 다임러(Daimler)라고 부르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단연 슈투트가르트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는 모든 축제가 벤츠의 후원을 받고 장을 보러 마트에 가든, 스타벅스에 가든 어딜 가나 벤츠나 그 하청기업의 직원들이 있어 도시 내 벤츠의 존재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왜 퇴근했는데 사원증을 달고 다니며 직장동료들이랑 몰려 다니면서 스타벅스나 식당에서 직장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구글맵에서도 보이듯 슈투트가르트 중심가에서 지하철(S-bahn)으로 한 역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노면철도인 우반(U-bahn)으로도 가기 쉬워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자동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벤츠 박물관에는 세 번이나 갔는데 20세기 초 벤츠의 초기 모델에서 얼마 전에 나온 최신형 자동차까지 몇백 대나 되는 다양한 벤츠 자동차를 몇 시간에 걸쳐 보고 체험형 프로그램도 죄다 들어가보고 나면 왠지 세뇌가 되어 언젠가 자동차를 산다면 무조건 벤츠를 사야겠다는 이상한 결심을 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박물관 투어 몇 번에 벤츠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올라서 모든 입장객에게 주는 박물관의 지도와 열쇠를 달 수 있는 벤츠 목줄도 한국까지 고이 챙겨와서 집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붙여뒀다.
이 사진의 주제는 손에 들고 있는 티켓과 지도가 아니라 티켓 바로 뒤에 보이는 은색 캡슐형 엘리베이터다. 처음 저 엘리베이터를 보고는 엘리베이터가 저렇게 예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저런 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면 슈투트가르트 시청 안의 문조차 달려 있지 않은 엘리베이터를 좀 바꿔 달아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 속 티켓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과 슈투트가르트의 자랑인 슈투트가르트를 연고로 하는 축구팀 VfB Stuttgart 로고가 박혀 있는데 박물관 바로 옆에 이 축구팀의 홈구장이 있어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만 되면 이 일대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나는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저녁 6시경부터 9시경에 이 근방을 돌아다니지 않았다.
다른 이야기지만 독일에는 클래식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도 꽤나 많다. 도로에서 이런 클래식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을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단순하게 자동차를 바꿀 돈이 없어서 여태 저걸 타고 다니나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자동차가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의아했다. 그래서인지 슈투트가르트 도심 슐로스플라츠에서는 클래식 자동차 박람회가 열린다.
여름이면 박물관에서 오픈에어 키노(Open-air Kino: 야외 영화 상영)라고 불리는 행사를 매일 몇주간 진행한다. 오픈에어 키노는 유럽의 각 도시에서 여름에 진행되는 행사인데 슈투트가르트의 벤츠 박물관에서의 행사는 입장료가 8유로(약 만원) 정도라 시중 영화관에 비해 비싸지 않고 다 함께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즐거운 행사다. 한 가지 단점은 모든 영화가 독일어 더빙으로 상영되어 독일어를 매우 잘하는 게 아니면 아동용 영화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름밤에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 모두와 함께 둘러앉아 다같이 영화를 본다는 게 퍽 낭만적이라 자주 가고 싶었다. 밀라노에서는 두오모 옆 미술관 뒷마당에서 같은 행사를 하던데, 온갖 사람들이 지나다녀서 시끄럽고 영화에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가 무료라는 장점을 상쇄했는데 슈투트가르트에서는 막힌 공간에서 행사가 진행되어 그런 걱정이 없다는 점이 좋았다.
화-일 9am-6pm / 월요일 휴관
티켓 구매는 오후 5시까지, 엘리베이터 이용은 오후 5시 20분까지 가능
휴일에는 변경될 수 있음
티켓
성인 12유로, 학생할인
이 사진은 지금은 사용되고 있지 않은,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증축 및 이전 계획으로 곧 없어질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출구인데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이렇게 벤츠 홍보용 휘장이 높게 걸려 보는 즐거움을 준다. 자동차를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으로 쌓고 제일 위에 별 대신 벤츠 로고를 박아넣어 벤츠 박물관 모양 밑동으로 장식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디자인인데 역시 이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오늘은 엄마 생신이라 엄마가 좋아하는 벤츠와 벤츠 박물관에 대해 써 봤다. 엄마가 오늘 행복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