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온갖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독일어
독일어는 여러 단어를 붙여서 새로운 뜻을 만들 수 있어서 다른 언어에 비해 특히나 긴 단어가 많다. 그래서 독일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말이 없다고들 한다. 독일에 살 때 종종 농담으로 “이런저런 뜻을 가진 독일어 단어는 없어?”라고 했는데 정작 독일인들은 이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고 “몰라, 있을 수도? 없더라도 만들면 돼”라는 대답을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누군가가 만들어 둔 절묘한 단어 몇 개를 소개하려 한다.
1. Fernweh
먼 곳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병과 반대로 집에 머물며 타지를 그리워해 멀리 떠나고 싶어하는 감정이다. 멀다는 뜻의 Fern과 아픔과 슬픔을 뜻하는 Weh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Duden 대사전은 이 단어의 유의어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뜻하는 Reiselust를 꼽고 있다. 종종 방랑벽을 뜻하는, 영어의 wanderlust에 대응되는 말로 소개되기도 한다.
2. Torschlusspanik
인생에서 남들에게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을 나타내는 단어인데 직역하면 ‘문이 닫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Duden 대사전에 따르면 „Angst, etwas Entscheidendes zu versäumen“로 무언가를 놓치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나타낸다고 한다. 판데믹 동안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단어로, 이 단어의 유명세 덕에 영어권에서 같은 의미의 FOMO(Fear of Missing Out)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게 되었다.
3. Gemütlichkeit
Duden 대사전에는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분위기에 대한 느낌’ 정도로 나와 있는데 gemütlich가 바로 편안함, 아늑함을 나타내는 단어고 -keit라는 접미사가 붙어 명사가 되었다. 걱정과 불안이 없고 모든 부정적인 것에서 해방되어 안정감을 느끼며 따뜻하고 보호받는, 나만의 공간에서만 가질 수 있는 감정을 가리킨다.
4. Schadenfreude
다른 사람의 불행을 내심 고소해하는 것을 뜻한다. 손해를 뜻하는 샤덴(Schaden)과 기쁨과 즐거움을 뜻하는 프로이데(Freude)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아마도 독일어를 모르는 외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독일어 단어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다소 성악설에 기반한 또는 어그로를 끄는 뜻을 갖고 있는 탓에 수십년간 국내외의 각종 언론에 소개되어 왔고 최근에는 뉴욕 타임즈에 관련 칼럼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5. Kummerspeck
슬픔을 뜻하는 Kummer와 베이컨을 뜻하는 Speck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인 쿰머슈펙(Kummerspeck)은 슬픔이나 다른 부정적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 먹는 행위를 가리킨다. 영어의 comfort eating과 같은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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