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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Apr 07. 2023

프리더 부르다 미술관의 파리 퐁피두 센터 특별전

독일 바덴바덴의 프리더 부르다 미술관 둘러보기

독일 남서부의 온천으로 유명한 휴양지인 바덴바덴은 도시 규모로 보면 흔한 소도시일 뿐이지만 넘쳐나는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고급 호텔과 식당, 미술관과 오페라하우스가 있어 독일에서 꼭 가봐야 하는 도시 중 하나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오늘은 그 중 프리더 부르다 미술관에서 관람한 파리 퐁피두 센터 특별전에 대해 써 보기로 했다.


프리더 부르다 미술관은 독일인 미술품 수집가이자 화가였던 프리더 부르다가 평생 수집한 미술품을 그가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바덴바덴에 기증해 만들어진 곳인데, 2004년에 개관해 700여점이 넘는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현대적 건축 양식을 도입해 층고가 높고 내부가 열린 느낌을 주며 곳곳에 있는 큰 창문을 통해 빛이 쏟아져 비록 실내에 있더라도 미술관을 둘러싼 자연과 조화되는 느낌을 준다. 미술관의 정원도 볼거리인데, 미술관 주변 언덕과 평원을 뒤덮은 넓은 잔디밭과 커다란 나무가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미술관 주변을 산책하면 좋을 것 같았다.


이 미술관 건축에 250억원 넘게 들었다고 한다
멋진 자연 속 미술관
미술관 입구에 프리더 부르다를 기리기 위한 공간이 있다




미술관의 메인홀

이 전시회는 크게 세 층위로 나뉘어진 큰 전시회였는데, ‘대조, 반향, 선별’로 이루어져 있다. 맨 꼭대기 층과 가장 큰 홀을 장식한 ‘대조’에서는 프리더 부르다와 퐁피두가 소장한 현대 독일 예술의 거장들의 예술을 보여주며 ‘반향’은 조금 더 이전 세대로 돌아가 피에르 보나르, 마크 샤갈 등 프랑스에서 활동한 화가들과 아우구스트 마케, 막스 베크만 등 근현대 독일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을 아우른다. 마지막으로 ‘선별’에서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선별해 전시하고 있는데 사진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어 이 섹션이 가장 좋았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 6개의 세워진 판 », 유리판과 철제 프레임, 퐁피두 센터 소장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1967년부터 위 사진 속 작품과 같은 투명한 유리판으로 이루어진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유리는 서양 미술의 역사에서 세상을 향한 창문을 뜻해왔지만 리히터는 그의 작품에서 이런 함의를 배제했다. 그는 유리를 통해 감각 수용의 변화를 표현함으로써 작품을 감상하는 시선과 이해하는 방식에 변화를 꾀했다. 더군다나 유리를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 배치함으로써 유리 너머로 보이는 상을 굴절시키고 반사시켜 상에 어떠한 움직임을 부여해 처음 지각한 그 상이 고정되어 있지 않게 했다. 그럼으로써 작품을 감상하는 대중으로 하여금 감각 수용과 작품을 받아들이는 의미가 변화하는 것을 느끼게 했다. 이 작품의 불안정성과 이 작품을 구성하는 유리 사이로 비치는 투시평면에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유리의 투과성 덕에 유리 너머로 보이는 것이 실제의 상과 같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사실 나는 이 작품을 보며 상이 우글거리는 느낌이 드는 게 유리에 흠집도 좀 난 데다 닦지 않아 더러워진 탓에 투과성이 낮아져서 그런 줄 알았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예루살렘 », 캔버스에 오일, 프리더 부르다 미술관 소장

‘대조‘ 섹션에서 마음에 들었던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들을 여기에 소개한다. 몇 년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전시회가 몇 달 간 아주 크게 열렸지만 그때는 이 작가를 알지 못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 전시회가 끝나고 나서도 오랫동안 슈투트가르트 서점에서 도록을 포함해 그의 작품세계를 다룬 책을 여러 권 메인 서가에 진열해둬서 조금 궁금해졌던 차에 이렇게 작품을 보게 되어 좋았다.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에 대해 짧게 소개하자면 그는 1932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태어났고 현대 독일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긴장 속에서 유년기를, 세계 대전의 포화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소비에트 치하 동독에서 살았던 경험은 일생 동안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위에서 내려다본 메인홀
미술관 내 계단마저도 멋있었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 다음 화에 이어서 쓸 예정이다.




마크 샤갈 « 일요일 », 퐁피두 센터 소장

이 전시회에서 가장 좋았던 그림이라 엽서도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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