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예나의 주차 보조 장치(PTS) 센서가 고장 나 전원사에 연락해 부품 선 주문 후(부품 수급에 약 2주 소요) 수리를 위해 방문했다. 21세기에 출시된 차량은 대부분 주차용 후방 카메라가 있지만, 바예나는 20세기에 개발 완료 후 생산된 차량이므로 보조 장치인 PTS(Parktronic System)가 기본 장착되어 있다. 그냥 운행해 보려 했지만 5미터가 넘는 전장의 차량을 주차하다 뒤쪽에 주차된 차량 번호판을 건드린 이후 수리하기로 마음 굳혔던 터였다.
"간만에 오셨네요."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전원사 실장님이 차량을 살펴보더니, 후기형이라 전면 범퍼 탈거 없이 몰딩 탈거만으로 교체가 가능하고, 더군다나 차량이 블랙 계열 페인트라 부품 도색이 불필요하다고 알려주셨다. 덕분에 예상보다 수리 비용이 줄었다.
범퍼 중앙에 보이는 동그란 모양이 PTS 센서 중 하나 차량 페인트 컬러 중 블랙 계열을 가장 싫어하는데, 바예나의 페인트가 블랙(정확히는 Obsidian Black)이다. 유채색 페인트의 S클래스는 보기가 힘들다.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스카이블루나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같은 컬러는 더욱 보기가 힘들다.(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 최근엔 메르세데스-마이바흐라는 고급 서브 브랜드가 새로 생겨 투톤 페인트 옵션 덕에 S클래스의 컬러가 화려해지고 있다.
초음파 감지센서는 전면에 6개, 그리고 후면에 4개가 있는데, 전면 오른쪽 3개의 PTS 센서 중 하나가 깨져있는 것을 최근까지 몰랐었다. 눈썰미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차량에 상처가 많아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흠집이 난 걸 한참 후에야 확인하는 경우가 잦다. PTS 센서가 전방에만 왼쪽에 3개, 그리고 오른쪽에 3개가 있는데 오른쪽 3개를 다 교체한 것인지 하나만 교체한 것인지는 물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왼쪽 하단의 버튼이 주차센서 OFF 버튼이며 중앙 상단이 전면 거리 표시창 바예나의 전면 PTS 센서는 윈드실드(Wind Shield) 아래 좌우 양쪽에 표시되고 후면 센서는 룸미러를 통해 뒤를 봐야 한다. 주차 카메라가 보편화된 요즈음 기준에서는 좀 생소할지 몰라도 바예나가 개발된 시대를 감안하면 담당 엔지니어의 고민의 산물인 것 같고 익숙해지면 나름 편하다.
후진 기어를 넣으면 뒷유리 상단의 후면 거리 표시창에 정보가 보임 오랜만에 수리한 기념으로 방이동 근처의 셀프 세차장을 찾았다. 코로나 팬데믹 탓인지 모르겠지만, 셀프 세차장의 면적이 절반으로 줄었고 해당 부지에 빌딩을 올리고 있었다.
평일이라 한가로워 편안히 세차를 할 수 있었는데, 실내 세차는 최근에 가죽 보호제까지 바른 상태라 외부 세차만 끝냈다. 오늘 인상에 남은 차량은 할리데이비슨의 네이키드 바이크(Naked Bike)였는데, 스카이블루 페인트에 오렌지 스트라이프가 혼합되어 상당히 예쁜 모터사이클이다. 욕심 같아서는 바이크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오너에게 양해를 구하기 멋쩍어서 눈에만 담아 왔다.
세차 후 잠시 물기 말리는 중 세차 후 햇볕에 반짝이며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바라보니 오랜 세월에 여기저기 상처가 많은 차량임에도 예뻐 보이고 애착이 간다. 그러고 보면 20년 넘은 바예나와 중년이 된 나는 꽤 잘 어울리는 관계인 것 같고, 이렇게 함께 늙어가는 삶이란 괜찮지 않은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