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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Apr 11. 2022

마법의 사진작가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며...






종이로 된 사진을 정리하다가

스무 살의 나와 만났다.

그런 세월이 언제 있었나 싶게

까마득한 시간이지만

당황스럽게도

그날의 기억이 어제처럼 밀려든다.     


어설프고, 멋모르고, 다소 멍해 보이는

사진 속의 나는

딴에는 예뻐 보이려

최선의 미소를 짓고 있다.      


찰칵, 찰칵, 몇 번의 셔터소리를 들었을까?

그리고 몇 번의 어색한 미소를 새로 지었을까?

그때 엉성하던 내 시선을 따라가 보면 

마법의 사진작가였던 그가 서 있다.     


매일매일 오래된 라이카 카메라를

목에 걸고….

거리에서 만나면 누구나 그의 피사체가 되었다.     


그렇게 해마다 그가 선물한

우리의 인물사진을

이제 와 곰곰이 들여다보니

그 시절의 냄새와 그 시절의 하늘과 

그 시절의 거리가

수군수군 되살아난다.     


‘선배가 진짜 눈이 그렇게 나빠?

 약시가 어떻게 사진을 잘 찍어?’

지독한 약시인 채로 안경도 쓰지 않고

사진을 찍어대던 그가 나는 너무 궁금했다.

늘 인상을 쓰고 찌뿌둥하게 세상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사진은 흔들림이 없었다.


의심에 가득 차 되묻는 내게

그는 빙그레 웃기만 할 뿐 별말이 없었는데     

한 달 전 뿌연 봄날, 

납골당 사진 속의 그가 

동그란 안경을 쓰고 우리를 맞았다.

이제야 선명한 시선으로 똑바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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