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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우 Nov 22. 2022

좋고 나쁨에 100%는 없다

모든 어둠에는 빛이 있고,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다


먹구름이 몰려오다



8월 초, 어느 날 새벽. 복통이 느껴졌다. 배탈이 났나 싶어 바로 화장실에 갔지만 소용이 없다. 침대로 돌아와서도 복통은 계속되었고, 뜬눈으로 새벽을 보냈다. 평소에 매운 걸 먹거나 과식을 하면 종종 배탈이 나곤 했지만, 그럴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날은 개인 일정도 있었고, 상태도 괜찮아져서 병원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틀 후인 일요일 오후, 복통이 다시 시작됐다.


곧바로 집 근처 A 병원의 응급실로 갔다. 몸상태를 설명한 후 응급실 병상에 누워 대기하고 있는데, 당직의사가 오더니 요로결석이나 맹장염이 의심돼서 CT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CT 촬영을 하고 진통제를 맞고 얼마 후에, 당직의사로부터 결과를 들었다. '요로결석'. 몸 안에 돌이 있었다. 맨 처음 든 생각은 '왜 나한테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지?'였다. 그전까지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고, 음식도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게 먹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분 나쁜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했다.


다음날, S 병원을 방문하여 상황을 설명한 후 다시 CT를 찍었다. 돌은 총 2개가 있었다. 수술을 통한 치료와 초음파 충격을 이용한 쇄석(돌을 부수는 것) 치료의 두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입원이 필요 없는 초음파 충격 치료를 받기로 하고 곧장 치료실로 들어갔다. 약 30분에 걸친 초음파 치료가 끝나고 의사 선생님은, 뜀뛰기 같은 운동을 자주 하고, 물을 자주 마시라고 일러주었다. 그래야 돌이 잘 배출된다고. 결과적으로 돌은 잘 배출되었지만, 거의 부서지지 않은 채 그 크기 그대로 나왔다(이럴 거면 왜 초음파 치료를 했는지 의문이다). 먹구름은 지나간 것일까.




먹구름은 아직 내 머리 위에 있었고, 폭우가 쏟아졌다  



요로결석 치료가 끝나고 3주 정도가 흘렀을까. 처음 갔던 A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지? 응급실 내원 후 딱히 볼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화가 오다니.


'OOO 님, 맞으시죠? A 병원 응급실인데요. 8월 초에 요로결석 치료받으신 거 관련해서 추가로 전해드릴 게 있어서요.'

'네, 뭔데요?'

'그때 찍으신 CT 자료를 다시 살펴보니까, 담낭에 용종이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내원하셔서 진료를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가. 쓸개에 혹이라니. 뒤통수 제대로 얻어 맞고 안도하는 찰나에 또 한 대 제대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통화를 끝내고 S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한 후, 다음날 방문하여 초음파를 찍었다.


'OOO 님, 초음파 사진을 보니까 담낭에 용종이 있네요. 크기는 1.6cm 정도이고, 돌도 몇 개 보여요. 수술하셔야 돼요'.


내장기관에 용종이 보이는 경우 그 크기에 따라 수술 여부가 결정되는데, 통상적으로 1cm를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수술을 권고한다. 내 담낭에 있던 용종은 크기가 큰 편이라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거기다 돌까지 있었으니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얼른 수술을 받고 떼내는 게 최선이라 생각해 가능한 빠른 날짜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여담이지만, 입원을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했는데 덜컥 양성이 나오는 바람에 수술을 일주일 미뤘었다). 수술 당일. 입원 수속을 하고, 병실을 배정받고, 입원한 지 1시간 후에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담낭 수술을 받아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배가 엄청나게 당기는 느낌이다. 첫날은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다. 다행히 3일 차에 움직임이 조금 편해져서 걸어서 퇴원할 수 있었다. 집으로 와서 소파에 털썩 기대앉았다. 힘든 일이 1달 사이에 연속적으로 밀려와서, 집에서 편안히 있는 게 오히려 낯설었다. 먹구름은 여전히 내 머리 위에 있었고, 있는 힘껏 폭우를 쏟아냈다. 나는 그 폭우에 흠뻑 젖어버렸다.


© Photo by Joshua Rawson-Harris on Unsplash


먹구름이 오고, 비가 내렸다면, 이제 해가 뜰 차례



생각지도 못한 악재를 두 번 연속으로 맞았지만, 배운 점도 있다. '문제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찾아온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그럼에도 문제를 해결할 힘이 나에게 있고, 그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요로결석 치료가 끝난 후 담당 의사에게서 요로결석 예방을 위한 식단 매뉴얼을 받았다. 앞으로 음식을 가려먹어야 하지만 덕분에 자동으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담낭을 절제했으니 이제 적어도 담낭 때문에 골치 아플 일은 없다.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어떻게든 생각해내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우울감으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 Photo by Vanessa Ceballos on Unsplash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경험한다.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두 경우는 반복돼서 오기도 하고, 어느 한 경우가 연속으로 오기도 한다. 둘 중 하나만 있는 인생은 없다. 회사를 나온 후 구속받지 않는 생활을 하며 자유를 만끽했지만, 덜컥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나에게 닥친 일들이 '불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병상에 누워 있는 많은 환자들(대부분 나보다 상태가 더 좋지 않은)을 보고 '아, 나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구나.'라고 위안을 삼았다. 차분하게 이 상황을 하나씩 헤쳐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문제가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문제를 잘게 쪼개서 봐야 한다. 부정적인 기운에 압도돼서 문제를 확대하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진다. 비를 쫄딱 맞았다고 그 자리에 서서 오들오들 떨기만 하면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얼른 옷을 털고, 어떻게든 우산을 구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가 떠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관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


"모든 어둠에는 빛이 있고,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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