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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우 Nov 20. 2022

남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기

예전에 친구와 통화하면서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친구, "이사님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되게 신경 쓰이더라고. 자꾸 눈치를 보게 돼".

나, "남의 표정이나 기분에 왜 그렇게 신경을 많이 써? 그건 네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 사람의 감정인데".


한창 회사 업무로 바쁘던 친구는, 고민이 있거나 회사 일이 힘들 때 전화를 자주 했었다(요즘도 종종 한다). 심성이 착하고 남을 잘 배려하는 성격인데, 가끔은 남의 기분을 너무 헤아려보려는 마음에 눈치 보기가 덤으로 따라오는 것 같다. 상대의 상태를 예리하게 살피는 건 좋은 능력이지만, 때로는 자기 자신을 구속하기도 한다. 이런 구속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이기심을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착한 건 좋지만, 만능은 아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남들에게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위해 자신의 마음과 욕구를 억압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콤플렉스라고 해서 무조건 버릴 필요는 없다.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게 나쁘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 문제는, 콤플렉스가 자기 자신을 갉아먹고 힘들게 하는 정도에 이르렀는데도 끝까지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고집하는 태도다. 이러다가는 마음이 닳아 문드러져 타인을 생각할 여유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콤플렉스를 완전히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자신의 마음속에 타인을 생각하는 공간은 한 평 정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자신을 살피는 공간으로 만들자.


나도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사회 속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상 관계로부터의 해방은 쉽지가 않다. 이왕이면 건강한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이유도 우리가 사회적 존재라는 데 있다. 중요한 건, 무조건 착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관계의 균형과 내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과하게 먹으면 독이 되고, 영양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 몸에 중요한 물도 과하게 섭취하면 수분 중독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관계도 비슷한 맥락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남의 눈치를 보고, 그 사람의 감정 상태에 과하게 신경 쓰면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억누르게 된다. 그러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억눌렸던 감정이 터져버리면 인간관계는 엉망이 될 수도 있다. 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조금 더 마음을 써보자.




예쁨 받으려고 애쓰지 않아. 


눈치를 본다는 건 여러 의미를 내포하며, 어느 정도 장점도 가지고 있다. 잘만 활용하면 상사의 예쁨을 받을 수도 있는 사회생활의 기술이라고나 할까. 나는 그런 기술이 없고(가질 생각도 없었지만), 친구는 있다. 스스로 못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 친구가 사람 대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내가 좀 못된 사람인가'라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친구, "직장에서 예쁨 받으려면 이렇게 말하는 게 좋고, 그런 일은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좋아. 상사나 대표는 주로 OOO을 좋아하니까 거기에 맞춰서 일하면 예쁨 받을 수 있어".

나, "이렇게 진행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난 예쁨 받을 생각이 없는데??".


내가 회사를 다닐 때 친구와 나눈 대화 중 일부를 예로 들었다. 이렇듯 나와 친구의 회사 생활 스타일은 차이가 있었다. 두 경우 중 회사 생활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쪽을 선택해야 할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친구의 방식을 참고하는 게 조금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내 경험상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상사로부터 예쁨 받는 걸 많이 보기도 했다. 내가 그 조언을 받아들였다면 회사를 더 오래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예쁨 받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나는, 이런저런 고민 끝에 퇴사를 선택했다.


둘 중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친구의 조언은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있었지만, 단지 내가 그걸 선택하지 않고 주관대로 했을 뿐이다. 친구는 예쁨을 받는 방법을 터득한 대신 눈치를 보고, 나는 독자 노선을 선택한 대신 상사의 총애는 받지 못했다.


나에겐 '자기만족'이 예쁨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였다. 스스로 자기만족의 기준을 정하고, 나름의 업무 스타일을 만들어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 상사가 좋아하는 방식 대신 내가 좋아하는 방식을 따른다. 상사의 지시를 무조건 무시하고 일을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업무 지시를 받았어도 '이번엔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하고 머리를 굴린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건의하거나 업무 진행 시 활용해보려고 시도했다(대부분 '관례'라든가 '라떼는 말이야' 같은 것들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지만). 나름의 기준을 세워놓으니 굳이 상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일을 내키는 대로 막 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눈치 보지 않고 주관대로 진행하는 자신감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눈치를 별로 보지 않고 일한 덕분에 대표님의 한숨 소리와 잔소리를 수시로 듣긴 했지만, '이렇게 해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오네. 썩 나쁘지 않은데? 다음엔 다른 방법을 써보자'라는 교훈과 경험도 얻었다. 대표님의 기분이 저기압인 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나 때문이긴 하지만). 상대의 감정을 어떻게 자유자재로 다루겠는가. 죄송스럽긴 했지만 눈치 보면서 회사를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은 내 마음이 덜 다쳐야 한다


이기심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마음'이다. 돈과 재물에 관한 한 이기심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가 많지만, 자신의 '마음의 이익'을 꾀하는 것이라면 주저 않고 이기심을 부려보면 어떨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눈치껏 행동해서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야 훌륭한 생존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안타까웠던 부분은 친구가 남의 눈치를 보느라 자기 자신을 억누르고 착하게만 살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눈치 따위 좀 덜 봐도 괜찮아. 그렇게 해도 큰일 안 나더라. 그러니까 네 마음이 힘들면서까지 남의 마음을 챙기려고 하지는 마. 그건 네 마음을 먼저 챙기고 나서 할 일이야. 어차피 넌 착해 빠져 가지고 남 챙기지 말라고 해도 챙길 거니까 지금은 너부터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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