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둠에는 빛이 있고,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다
먹구름이 몰려오다
8월 초, 어느 날 새벽. 복통이 느껴졌다. 배탈이 났나 싶어 바로 화장실에 갔지만 소용이 없다. 침대로 돌아와서도 복통은 계속되었고, 뜬눈으로 새벽을 보냈다. 평소에 매운 걸 먹거나 과식을 하면 종종 배탈이 나곤 했지만, 그럴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날은 개인 일정도 있었고, 상태도 괜찮아져서 병원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틀 후인 일요일 오후, 복통이 다시 시작됐다.
곧바로 집 근처 A 병원의 응급실로 갔다. 몸상태를 설명한 후 응급실 병상에 누워 대기하고 있는데, 당직의사가 오더니 요로결석이나 맹장염이 의심돼서 CT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CT 촬영을 하고 진통제를 맞고 얼마 후에, 당직의사로부터 결과를 들었다. '요로결석'. 몸 안에 돌이 있었다. 맨 처음 든 생각은 '왜 나한테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지?'였다. 그전까지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고, 음식도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게 먹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분 나쁜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했다.
다음날, S 병원을 방문하여 상황을 설명한 후 다시 CT를 찍었다. 돌은 총 2개가 있었다. 수술을 통한 치료와 초음파 충격을 이용한 쇄석(돌을 부수는 것) 치료의 두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입원이 필요 없는 초음파 충격 치료를 받기로 하고 곧장 치료실로 들어갔다. 약 30분에 걸친 초음파 치료가 끝나고 의사 선생님은, 뜀뛰기 같은 운동을 자주 하고, 물을 자주 마시라고 일러주었다. 그래야 돌이 잘 배출된다고. 결과적으로 돌은 잘 배출되었지만, 거의 부서지지 않은 채 그 크기 그대로 나왔다(이럴 거면 왜 초음파 치료를 했는지 의문이다). 먹구름은 지나간 것일까.
먹구름은 아직 내 머리 위에 있었고, 폭우가 쏟아졌다
요로결석 치료가 끝나고 3주 정도가 흘렀을까. 처음 갔던 A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지? 응급실 내원 후 딱히 볼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화가 오다니.
'OOO 님, 맞으시죠? A 병원 응급실인데요. 8월 초에 요로결석 치료받으신 거 관련해서 추가로 전해드릴 게 있어서요.'
'네, 뭔데요?'
'그때 찍으신 CT 자료를 다시 살펴보니까, 담낭에 용종이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내원하셔서 진료를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가. 쓸개에 혹이라니. 뒤통수 제대로 얻어 맞고 안도하는 찰나에 또 한 대 제대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통화를 끝내고 S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한 후, 다음날 방문하여 초음파를 찍었다.
'OOO 님, 초음파 사진을 보니까 담낭에 용종이 있네요. 크기는 1.6cm 정도이고, 돌도 몇 개 보여요. 수술하셔야 돼요'.
내장기관에 용종이 보이는 경우 그 크기에 따라 수술 여부가 결정되는데, 통상적으로 1cm를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수술을 권고한다. 내 담낭에 있던 용종은 크기가 큰 편이라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거기다 돌까지 있었으니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얼른 수술을 받고 떼내는 게 최선이라 생각해 가능한 빠른 날짜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여담이지만, 입원을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했는데 덜컥 양성이 나오는 바람에 수술을 일주일 미뤘었다). 수술 당일. 입원 수속을 하고, 병실을 배정받고, 입원한 지 1시간 후에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담낭 수술을 받아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배가 엄청나게 당기는 느낌이다. 첫날은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다. 다행히 3일 차에 움직임이 조금 편해져서 걸어서 퇴원할 수 있었다. 집으로 와서 소파에 털썩 기대앉았다. 힘든 일이 1달 사이에 연속적으로 밀려와서, 집에서 편안히 있는 게 오히려 낯설었다. 먹구름은 여전히 내 머리 위에 있었고, 있는 힘껏 폭우를 쏟아냈다. 나는 그 폭우에 흠뻑 젖어버렸다.
먹구름이 오고, 비가 내렸다면, 이제 해가 뜰 차례
생각지도 못한 악재를 두 번 연속으로 맞았지만, 배운 점도 있다. '문제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찾아온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그럼에도 문제를 해결할 힘이 나에게 있고, 그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요로결석 치료가 끝난 후 담당 의사에게서 요로결석 예방을 위한 식단 매뉴얼을 받았다. 앞으로 음식을 가려먹어야 하지만 덕분에 자동으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담낭을 절제했으니 이제 적어도 담낭 때문에 골치 아플 일은 없다.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어떻게든 생각해내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우울감으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경험한다.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두 경우는 반복돼서 오기도 하고, 어느 한 경우가 연속으로 오기도 한다. 둘 중 하나만 있는 인생은 없다. 회사를 나온 후 구속받지 않는 생활을 하며 자유를 만끽했지만, 덜컥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나에게 닥친 일들이 '불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병상에 누워 있는 많은 환자들(대부분 나보다 상태가 더 좋지 않은)을 보고 '아, 나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구나.'라고 위안을 삼았다. 차분하게 이 상황을 하나씩 헤쳐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문제가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문제를 잘게 쪼개서 봐야 한다. 부정적인 기운에 압도돼서 문제를 확대하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진다. 비를 쫄딱 맞았다고 그 자리에 서서 오들오들 떨기만 하면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얼른 옷을 털고, 어떻게든 우산을 구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가 떠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관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
"모든 어둠에는 빛이 있고,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