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참 많은 것들을 잡고 있었다.
어차피 인생은 그렇게 태어나는 순간부터
강보를 움켜쥔채 시작된다.
내 풀어헤친 낡은 끈들은 여전히도 그 무수히 많은
하루점, 하루달을 얼기설기 엮고 있다.
정점이 어디인지, 어느 곳을 보고 있는지,
아련히 멀고, 아득하다.
미련인지, 집착인지 모를 미묘하고 건조한 감정들이
심장의 골짜기를 굽이쳐 혈관을 스멀스멀 부유하고 있다.
새 막이 오르면, 조명은 이전의 그 낡고 더러운 빛을 보내지 않는다.
배우는 감독이 되어, 40층 높다란 빌딩을 그리고,
무엇을 채울지, 무엇을 담을지,
현실의 벽은 이상도, 포기도 없다.
다만, 그렇게 뜨거운 숨을 몰아 쉴 뿐이다.
놓아라, 지금 부터가 시작이며,
두어라, 곧 블랙홀의 그림자 뒤에 숨겨진 비밀이 열릴 것이다.
세상은 잡으려는 자에겐, 절망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놓으려는 자에겐, 희망의 지름길로 인도한다.
변화와 예지, 그리고 공감
인생의 태엽은, 움켜진 손을 펼치는 순간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