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고, 또 어둠이 있기에
빛은 언제나 처럼 그렇게 존재한다.
나를 밝게 하거나, 내가 가득차 있으면
나 이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보여지지도 않는다.
어두운 방은 어두운 창밖을 잘 보여주지만,
밝은 교실은 어두운 창너머의 세계를 단지 암흑의 색깔로만 비춘다.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은 나쁘다 할 것은 없지만,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지 않으려면,
혹은 두 세계를 함께 보려면,
빛은 그 색깔을 옅게 내려 비춰야 하고,
어둠은 그 옅은 빛속으로 동화되어야 한다.
길은 나에게 여기가 그곳임을 알려주는데,
지독한 상념은 내가 더 굳건하기 힘들게 한다.
빛과 어둠이 그렇게 하나로 만나 동화되듯이,
내 번뇌도 청아한 가을날의 동화처럼
조용히 흘러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