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호
언제나 그랬다. 평화와 안락함은 사치다.
내 앞의 짐승은 지금 시뻘건 이빨과 사나운 발톱을
치켜세운채, 나를 주시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내 눈은 예리한 발톱에 찔려
검붉은 선혈를 쏟을 것이고, 목덜미는 갈기 갈기
물어 뜯길 것이다. 조금의 헛점도, 방심도 금물이다.
이제 더이상 피할 수 없는 마지막 또 한번의 전투를
나는 치뤄내야 한다.
여기서 패한다면 더이상 물러설 곳 없이,
아득히 먼 죽음의 강을 건너야 할 것이고,
이긴다면, 녀석의 꿈틀되는 심장을 꺼내들고,
승리의 노래와, 살찐 가죽을 잘라 더 이상
살을 애는 추위에 떨지 않을 것이다.
분명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이기든 지든,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숨겨왔던 작지만 예리한 칼날을 곧추세워
필살의 일격을 가하리라.
숨이 차오르고, 눈이 충혈되지만,
난 반드시 승리한다.
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