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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라의현인 Feb 11. 2023

영화리뷰 - 인랑

영화 <인랑>이 실패한 이유

오시이 마모루의 인랑은 성공했는데 김지운의 인랑은 왜 실패했을까?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은 올해 7월 개봉 후 90만 명도 못 되는 관객수를 기록하고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다.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메시지가 담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오시이 마모루가 원작자이기도 하고 역시 스타일리시한 한국의 대표 감독 김지운이 감독이기도 한 이 영화... 왜 망했을까?


혹자는 인랑의 그래픽과 스타일의 호평을 하며 그 원인을 특정 댓글부대의 공격으로 돌린다. 아이러니하게 인랑이라는 최고의 암살부대가 겨우 댓글부대에게 참패한 셈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내가 본 인랑은 망한 이유가 확실하다.

*오시이 마모루의 영화 공각기동대는 AI, 로봇, 전뇌화 등 인간의 존재를 구별 짓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뤄 많은 강의의 소재로도 사용되는 영화이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은 가장 재밌게 본 영화 중 하나이고, ‘장화홍련’은 가장 감각적인 영화 중 하나이다. 그만큼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믿보(믿고보는)’ 영화였는데.

1. 마치 간주점프 같은
- 과도한 축약


과도한 축약이 문제다. 1999년도에 이미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만 따라줬어도 되었을 텐데 왜 이렇게 축약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원작 스토리의 메인디쉬인 1) 남주와 여주의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도 생략되었고, 2) 남주인 강동원이 조직의 몰인간적 행위에 의문을 품고 혼자 사색하는 과정도 생략되었다.
강동원과 한효주의 러브신은 감정이입이 전혀 되지 않는다. 갑자기 둘이 키스하는 부분, 한효주가 사랑을 고백하는 부분, 그리고 바로 배신하는 부분. 부분 부분마다 뭥미? 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리고 강동원이 후반에 조직에 반기를 드는 부분도 갑자기 왜 그러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대신 액션신에 더 힘을 쏟았다. 강동원의 남산 탈출씬, 정우성과 강동원의 훈련씬 및 막판 전투씬 모두 원작에는 없던 장면으로 이는 한국 관광객에게 더 어필하면서 정우성의 비중을 늘리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은데 액션신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2. 배경 속에 사라진 캐릭터
- 인랑에 집중하고 강동원에 집중하지 않았다


원작은 주인공 캐릭터인 ‘후세’의 감정선에 집중한다.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대의라는 조직의 목표에 따른 몰인간성에서 고뇌하는 모습, 인간적인 사랑과 책무 사이에서 고민하는 후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김지운의 인랑은 배경 혹은 인랑이라는 조직 속에 개인(강동원과 한효주)을 희생시켰다.

개인(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의 감정선은 과감히 생략되고 인랑이라는 조직의 위용, 소름 끼침, 멋에 집중한다. 아무래도 스타일과 배경을 중시하는 김지운 감독의 특성으로 인함이 아닌가 싶다. 그 결과 인랑이라는 조직의 외양은 훌륭히 시현했지만, ‘후세’라는 주인공의 내 양의 시현에는 실패하였다.


3. 잘못 변형된 주제선정
- 인랑이 인간성을 말살시켰듯 김지운 역시 영화 속 캐릭터를 말살시켰다.


원작 인랑의 배경은 급속한 경제발전 후 슬럼화된 일본이다. 따라서 시위단의 화염병, 지하 수로 등 배경이 잘 어울린다. 그러나 김지운의 인랑은 배경이 2048년인가 그렇다. 즉 미래세계의 디스토피아적 모습을 김지운 감독의 주관대로 더 펼쳤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원작 배경과 비슷하다. 이런 것을 차치하고라도 배경은 남북통일 후 4국 열강의 압력 속의 한국이다. 그런데 주된 갈등구조는 한국 내 공안과 특기대이다. 어차피 한국 내 두 집단 간 갈등이면 왜 배경은 통일로 했으며 4국 열강 이야기는 왜 꺼내었는지 의문이다.

원작 인랑은 갈등 주제가 ‘조직’과 ‘조직 속 인간’이라고 보인다. 그런데 김지운 감독의 인랑은 갈등 주제가 ‘조직 내 권력갈등’이다. 심오한 주제를 매우 단순화하였고 대중화하였다. 그 결과 영화 속 캐릭터가 사라지고 조직만이 남았다.

배경이 좋기만 한 영화는 하나의 예술작품일 수는 있어도 하나의 메시지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랑은 훌륭한 그림은 될 수 있겠지만 의미 있는 메시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결과 160~190억 원의 제작비를 들였음에도 실패한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다.


- 2018년 9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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