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줍은아이 Sep 11. 2015

romantico

흔들리는 많은 사람들

퇴근길에 바람이 불었다. 훅 불어오는 습한 더운공기가 아닌 바람이. 날짜를 새삼 확인하니 9월의 두번째 주가 끝나간다. 어쩐지, 걸으면서 테테의 로맨티코를 흥얼거리게 되더라니. 나이를 곱씹어보다 깨달았다. 나는 이제 언니와 같은 나이가 되었구나.


그해의 새벽 포항은 참 더웠다. 공단에서 뿜어내는 열기는 아스팔트 위의 아지랑이까지 보이게 만들었다. 우리는 말없이 걸었고, 말없이 언니의 이름을 찾았다. 그리고 말없는 언니의 가족분들을 만났다. 참 할말이 없었다. 언니의 친구들은 초면이지만 우리를 기억했고, 우리또한 언니들을 알았다. 그와중에 드는 생각이 언니는 참 복받은 사람이구나, 였다. 언니들은 멀리서 온 우리를 위해 애써 웃어주었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무진기행의 그것처럼, 건물을 나오면서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스물다섯, 스물여섯의 우리에게 그 공간은 차마 숨조차 쉴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해의 나는 불어오는 바람에도 죄책감을 느꼈더랬다.


열아홉의 나에게 언니는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언니의 연애얘기나 사랑얘기를 들으면, 나는 소설속에 들어가 주인공들을 훔쳐보는 조연이 된 느낌이었다. 언니는 내게 참 그런 사람이었다.


올해로 우리는 언니와 같은 나이가 되었다. 언니는 이제 영영 나보다 나이가 많을 일이 없어져버렸다. 언니의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은 테테의 로맨티코이다. 앞으로 계속 언니의 미니홈피에서는 로맨티코가 흘러나올것이다. 흔들리는 많은 사람들, 그 속에 넌 나만을 위한 춤... 가을이 왔다.





  

흔들리는 많은 사람들 그 속에서 넌 나만을 위한 춤   

붉은 칵테일 빛에 담긴 이 밤 난 너와 단둘이 떠나고 싶어  


  

오 아름다운 너의 목소리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허락했지  

지금 우리는 춤을 추고 있어 비밀스러운 몸짓과 노래로  


  

검게 모두 타버린 것 같은 내 심장이 터질 듯 너를 비추고  

붉게 물든 나의 입술 뜻밖의 아찔했던 그 입맞춤  


  

오 아름다운 너의 목소리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허락했지   

지금 우리는 춤을 추고 있어 비밀스러운 몸짓과 노래로  


  

아무 말 할 수 없어 넌 지금 내 앞에 있는데   

이 밤이 다 지나가면 넌 사라질 것 같아  


  

오 아름다운 너의 목소리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허락했지   

지금 우리는 춤을 추고 있어 비밀스러운 몸짓과 노래로  


  

넌 내 곁에서 춤을 추고 있어 하얀 달빛과 내 마음에 들어왔어       

너의 목소리에 녹아 내리는 이순간에 멈추고 싶어


tete - Romantico 



minolta x-700


작가의 이전글 시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