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댄스", 많이 야합니다.
(영화 "플래시댄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야한 로맨스물 영화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당장 기억나는 것은 "나인 하프 위크"라는 영화가 있네요. 춤과 음악 영화라고 기억하고 있는 "플래시댄스"역시 수위가 아슬아슬한 야한 영화입니다. 혈기 왕성할 때였던 그 당시 춤과 노래보다 그런(?) 장면이 더 눈에 띄었던 것 같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마저 사라진 지금, 성인을 위한 로맨스물은 멸종한 것인가요?
영화 "플래시댄스"에서 기억나는 야한 장면이 있는데 매우 유머러스한 장면이기도 하죠. 레스토랑에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식사를 하는데, 남자 주인공의 전 부인도 자리를 함께하게 됩니다. 당연히 두 여자 사이에 긴장감이 흐릅니다. 그때 남자 턱시도를 입고 있던 여자 주인공이 재킷을 벗습니다. 그런데 재킷 안의 셔츠가 이상합니다. 앞만 가리고 있을 뿐 알몸이나 다름없는 차림이었습니다.
위의 장면은 여자 주인공이 얼마나 아이같은 순진함이 있는지 잘 보여줌과 동시에 자유분방한 성적 취향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순진함과 섹시함이라는 상반된 코드는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중요한 분위기입니다.
생계를 위해 여자 주인공이 하는 일은 놀랍게도 용접입니다. 그 당시의 여성 직업으로는 매우 파격적인 설정이었죠. 용접을 하고, 멋을 내지 않고, 패션에 대한 욕심도, 외모에 대한 관심도 없는 여성이죠. 순진하고 소박하고 털털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밤에 하는 아르바이트는 매우 야한 춤을 추는 댄서입니다. 이 영화가 수준 높은 야한 로맨스 영화인 이유가 바로 이 부분에 있습니다. 순진하면서 야한 절묘한 포지션! 영화는 영리한 결말을 맺죠. 야한 춤이 아닌, 발레리나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여자 주인공을 보여주며 끝을 맺습니다.
이 모든 중심에 "제니퍼 빌즈"라는 여배우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뜻하지 않은 오명도 쓰게 되죠. 영화 속 그녀의 춤 장면은 모두 대역이 했다는 것이 알려집니다. 엔딩 크레디트를 아무리 찾아봐도 그녀의 대역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제작진의 의도를 의심하게 되는 부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매력은 상반된 두 매력을 동시에 발산했던 제니퍼 빌스의 몫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 당시 야한 로맨스물은 저급한 취급을 받으며 음지에 놓여있었습니다. 영화 "플래시댄스"는 주옥같은 음악과 춤을 앞세우며 야한 영화의 급을 한 단계 올려놓았습니다. 그 후 이 영화의 감독은 "나인 하프 위크", "위험한 정사", "은밀한 유혹" 등등을 내놓으며 거장의 반열에 오르죠. 그가 바로 "에드리안 라인"입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사라진 영화 장르들이 기억날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영화의 다양성이 더 적어졌는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