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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Jun 18. 2024

"휴 그랜트"가 나이 먹는 방법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

(영화 "노팅힐", "패딩턴 2", "웡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지도 있는 남자 배우들이 중년에 접어들면 "킬러"역을 맡는 것이 코스가 되었다고, 지난 글 "영화는 왜 중년배우를 킬러로 만드는가?"에서 말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공식과는 다른 길을 걷는 중년의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휴 그랜트"입니다.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

"휴 그랜트"가 나이 먹는 방법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대표 배우로 "휴 그랜트"를 첫 손에 꼽아도 별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처음 본 그의 영화는 아마도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휴 그랜트란 배우를 세상에 알린 영화이자, 영국 영화사 "워킹 타이틀"이 성공신화를 쓰기 시작한 첫 단추였습니다. 그 후 영국표 로맨틱 코미디가 세상을 휩쓸었고 그곳에는 휴 그랜트가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었죠. 

영화 "노팅힐"의 한 장면

제가 생각하기에 휴 그랜트 경력의 정점은 영화 "노팅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황제다운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어수룩한 캐릭터와 귀여우면서도 매력적인 외모는 휴 그랜트의 리즈시절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그 후에도 그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 "어바웃 어 보이", "러브 액츄얼리",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등 로맨틱 코미디의 황제다운 필모를 쌓아갑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세월의 야속함이 찾아오죠.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그때가 오고야 맙니다. 


한동안 휴 그랜트의 모습을 볼 수 없다가 드디어 그를 다시 만나게 되죠. 영화 "패딩턴 2"였습니다. 그는 늙었고, 악당역이었으며,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알던 로맨틱 가이는 사라지고 없더군요. 그의 경력은 새로운 변곡점을 지나고 있었고 새로운 휴 그랜트의 모습에 어느새 관객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영화 "패딩턴 2"의 "휴 그랜트"


2023년 영화 "웡카"에서 그의 모습을 봤을 때 충격과 함께 환호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움파 룸파"를 그가 연기한다고?!! 노팅힐의 그 사랑스러운 남자가 "움파 룸파"라고!!!

영화 "웡카"에서 "휴 그랜트"

저는 배우로서 나이를 먹는 방법으로 "휴 그랜트"가 선택한 길을 지지합니다. 중년의 배우가 킬러로 컴백하는 것이 멋져 보입니다. 그러나 결국 시간은 잔인하게 마지막 남은 멋짐도 뺏어갈 것입니다. 악당역도 마다하지 않고, 망가지는 것을 즐기며 연기하고 있는 휴 그랜트의 모습이 측은함보다는 쿨~해 보입니다. 돈이 필요해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배역을 따야 하는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렇다고 해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돈을 위한 연기라고 해도 대단해 보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황제에서 로맨틱을 빼고 코미디의 다크호스로 등장한 듯한 "휴 그랜트"!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연기를 겪으면서 배우 인생 최고의 연기를 할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로코의 황제 시절 그의 연기는 논란의 여지가 많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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