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소식 들었을 때부터 기다려온 영화.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없는 순천에선 볼 수 없었던 영화. 학교영화제 작업 끝내자마자 광주극장과 전주독립영화관 상영시간표를 매주 확인했으나 시간대가 안맞아 한숨만 쉬고 있었다. 오는 토요일 광주극장 에서 GV도 있다는데 이음이 유치원 체육대회에 두드림 홈커밍데이까지 겹쳐서 맘을 접었다. 아쉬워하던 중 12월 23일 두드림영화관 상영소식이! 좋은 마음 반, 그 때까지 어찌 기다리나 하는 마음 반. 결국은 부산에서 보고 왔다. 일요일 아침 9시… 누가 시간표를 이따위로 짜는 건지, "이래도 보러 올꺼야?"하는 것 같아 괘씸했지만, 어느새 개봉 6주차… 상영을 이어가주는 것에 감사해야겠지.
영화는 듣던대로 아름다웠고, 또 그래서 더 슬펐다. <다음 소희> 보고 팬이 된 김시은 배우와 #청춘시대 로 각인된 박혜수 배우는 이 영화 속에서 살아 숨쉬는 하은과 세미가 되어 관객들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나이 40에 <체념> 듣고 우는 날이 다시 올 줄이야…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서사는 하은과 세미의 감정선이지만, 영화가 끝난 후 계속 뇌리에 남아 맴도는 장면은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친구들의 시간을 담은 몽타주였다.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과 얼굴들로 엮인 장면들이 아직도 내 눈 앞에 아른 거린다. 영화를 보는 동안엔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들의 부재를 더욱 실감하게 해 슬펐는데, 문득 백상에서 연기로 큰상을 받았던 조현철 감독이 "죽음이라는 게 존재양식의 변화일 뿐이라 믿는다, <너와나>를 찍는동안 세월호 아이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고 했던 수상소감이 또렷이 기억났다. 오랜 시간 영화를 준비하면서 슬픔에 잠식되기 보다 그 슬픔의 곁에서 어떻게든 잘 견뎌내보자고 거듭거듭 다짐했을, 그렇게 관객을 다독이는 감독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