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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levie Jan 28. 2020

프랑스 회사의 점심시간과 회식문화

프랑스에 대한 편견1

"프랑스 사람들은 점심시간에도 코스로 식사를 한다던데?"

"점심시간도 보통 2-3시간이라더라."

"회식도 안해서 좋겠다. 저녁시간은 개인의 시간이라잖아."


프랑스 가서 일한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지나가다 한 번이라도 들어본 카더라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비슷한 얘기를 많이 들으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게 다 사실이야?

그럴 수도 있다, 업종에 따라서 근무양상이 상이하기 때문에. 하지만 나와 같은 사기업에 다니는 프랑스 직장인에게는 현실과 조금 먼 얘기인 듯 하다. 그럼에도 저런 말들이 나올 만한 배경들에 대해서는 짐작이 간다.


점심시간에는 정말 코스 메뉴로 식사를 할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유가 있을 때 외부에 나가서 식사를 하게 될 경우에 그렇다. 프랑스의 대부분 레스토랑에는 점심 메뉴로 단품도 있지만 코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코스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여러 요리가 코스로 나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통 '에피타이저 - 메인 - 디저트' 3개를 다 선택하거나 아니면 2개 코스로 '에피타이저 - 메인' 또는 '메인 - 디저트' 중 고르게 되어 있는데, 가격은 20유로 정도 선이다. (단품은 15유로 정도) 이 점심 코스의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많지는 않고 소수의 몇 가지 음식을 미리 만들어놓기 때문에 1시간 안에 식사를 다 마칠 수 있을 정도로 서빙도 빠르게 되는 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회사 밖으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동시간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1시간 30분의 여유가 있을 때만 외부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회사 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옵션은 크게 두 가지이다. 간단히 샐러드바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해결하거나, 부페 형식의 식당에서 에피타이저 - 메인 - 디저트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식사할 수 있다. 프랑스인들에게 식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디저트이기 때문에,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디저트 메뉴를 찾아볼 수 있고 심지어 구내식당에서도 디저트는 최소 3개 이상의 종류를 제공한다. 구내식당에서 3개 코스를 다 선택하게 되면 가격은 10유로 정도이다.


점심시간은 듣던대로 2-3시간 정도 되는가?

그렇지 않다. 점심시간은 대략적으로 12시부터 1시까지 1시간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점심시간에 모두가 썰물처럼 사무실을 우루루 빠져나갔다가, 다시 밀물처럼 몰려들어오는 진풍경을 보긴 힘들다. 일정이 바쁘거나 회의가 있어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회의를 하거나, 점심시간에 운동을 가거나, 그냥 개인적인 이유로 식사를 조금 늦게 하거나...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알아서'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회사 식당도 11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점심을 제공하고 있어서 본인이 가능한 시간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식사시간을 여유롭게 갖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저녁에 레스토랑에 가면 3시간이고 4시간이고 여유롭게 식사하는 프랑스 사람들을 보며 식사 속도도 천천히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대화를 오래하는 것이지 식사를 오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는 대화를 오래 할 이유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보통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일어난다.


회식은 얼마나 자주 할까?

내가 있는 팀의 경우 6개월에 한번 팀 회식을 한다. 이런 공식 팀회식은 거의 점심에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정말 간단한데,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점심시간 뿐이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통근거리가 먼 직원, 자녀를 학교에서 데려와야 하는 부모, 퇴근 후 개인적인 스케쥴이 있는 직원 등 여러 이유들로 인해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팀 회식은 모두가 참석해야 의미가 있는 강제성이 있는 행사이기 때문에 업무의 연장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해서 더욱이 점심시간에 하게 된다. 이런 팀 회식은 보통 한국에서의 점심시간처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면서 케쥬얼한 주제의 대화를 나눈다.



Afterwork은 무엇인가?

반면, 강제성이 없는 퇴근 후 비공식 회식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있다. 이런 회식을 부르는 용어도 따로 있는데 'afterwork' 으로, 영국에서 넘어 온 문화라고 한다. 저녁시간에 포멀하게 진행하는 회식에도 afterwork라는 단어를 쓰기는 하지만, 보통은 퇴근 후 회사 동료와의 비교적 케쥬얼한 술 자리를 말한다. 모두에게 초대장을 돌리지만 모두가 꼭 참석할 필요는 없는 회식이다. 한편, 참석 대상에도 제한이 없어서 다른 팀의 회사 동료를 부르기도 하고, 간혹 친구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 주로 회사에서 가까운 펍이나 와인바에 가서 술을 마시며 친목을 다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 자리이다. 평소에 여러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는 나는 afterwork를 통해 마음 맞는 다른 팀의 동료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afterwork의 문화에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점들이 있다. 먼저, afterwork의 보통 모습은 한 장소에서 몇 시간 동안 서서 각기 다른 사람과 네트워킹 하는 장면이다. 우리나라에서 통상 회식이라고 하면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을 곁들이고, 2차로 펍에 가거나, 3차까지 장소를 이동하기도 한다. 이 곳의 afterwork는 보통 장소를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서 밤 늦게까지 머문다. 그리고 대부분 스탠딩 바를 이용한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네트워킹을 하기에는 앉아있는 정적인 테이블 보다는 서서 자유롭게 이런 저런 대화에 참여하는 편이 자연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서서 얘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나는 3-4시간 동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낯설었다.


무엇보다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이 3-4시간 동안 정말 술만 마신다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저녁식사도 하지 않고 빈 속에 몇 시간을 서서 술만 마실 수가 있단 말인가...' 배가 많이 고프면 치즈안주 정도를 시키기도 하지만, 보통은 대화하는데 집중하느냐 시간가는 줄 모르는 분위기이다. 외국인을 위한 프랑스 afterwork 팁 중에 빨리 취하지 않으려면 뭐라도 먹고 가라는 팁도 있었다.


분위기 역시 한국의 보통 회식문화와는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스탠딩에 매번 처음보는 사람들이 고루 섞여 있고 말하기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혼을 쏙 빼놓을 정도이다. 3-4명씩 모여서 작은 원을 이뤄 대화하는데 가벼운 개인 관심사에 대한 얘기부터 업무, 정치, 사회, 역사, 경제 등 다양한 주제로 순식간에 전환되니 때를 놓치면 한 마디의 발언도 못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fterwork은 보통 공식 회식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게 된다. (회사 차원에서 주관하는 afterwork는 예외) 본인이 마신 와인, 안주 등은 자리를 나설 때 계산서에서 하나하나 집어내어 계산해야 한다. 참석자가 많을 때에는 계산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서 어떤 때에는 계산하다보면 다들 집에가고 없다.




어디선가 한번 쯤 들어본 프랑스 문화에 대한 말들이 아무 연관없는 곳에서 시작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경험해보니 현재는 유효하지 않거나, 일부 몇 가지 특이점이 과장되어 표현된 것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또한 어디에서든 직장인의 삶은 비슷할 수 밖에 없는데 방식이 다른 점이 마치 아예 새로운 삶의 양식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있는 듯 하다. 물론 나의 경험은 다른 한국인이 겪은 프랑스에서의 경험과 다를테고 프랑스 문화에 대한 이미지 역시 다를테지만, 적어도 내가 이 곳에 오기 전 들었던 편견에 대한 실제 경험을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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