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멤버들이 하고 싶어하는 곡들을 모두 모아 큐시트를 짰더니 게스트 뮤지션의 시간 30분을 제외하고 2시간 30분이 나온다. 총 세 시간이라니. 여러 뮤지션들의 단독공연 러닝타임을 찾는다. 대부분 2시간 남짓이다. 우리는 1시간 반 선에서 타협을 본다.
며칠 전엔 혼자 어느 오래된 포크 뮤지션의 단독공연을 보러 갔다. 한시간 반 동안 앉아 있었는데 엉덩이가 배겨 자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의자가 없는 스탠딩 공연을 관람할 때는 다리가 아프고 진이 빠진다. 좌석과 스탠드석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고민한다. 사실 진짜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도.
나는 말을 모으고 싶다. 당신의 말과 그들의 말. 당신이 좋아하는 말과 싫어하는 말. 가장 사랑스러웠던 말과 가장 싫고 미웠던 말. 어떠한 한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강력한 말들. 모두 그러모아 그것을 음표와 쉼표로 바꾸고 싶다. 그 씨앗들을 뒤섞어 물을 주고, 마늘이나 양파처럼 겨우내 추위를 견디게 하고, 여러 해가 지난 언젠가 꽃을 피운 뒤 열매와 씨앗을 수확해 당신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어떤 날에 남편(나는 남편과 함께 음악한다)은 다음 앨범에서 절망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고, 나는 절망이라는 단어가 지겹고 연주하기도 벅차다. 여러 감정들이 얼기설기 엮여 있으면서 지금보다 더 힘을 빼야 할 것 같아서 이제는 뭐가 나올지 도저히 모르겠다. 미래에 겪을 일들과 오랜 과거의 그림자가 섞일 것이기에 그건 오직 모든 순간을 다 알고 있는 존재만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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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을 타면서 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아픔도. ‘나는 이제 더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라는 말과 ‘잘 지내’라는 말도. 죽는 것이 끝이 아니라면,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겨지는 새로운 시작이라면, 그 정도의 절망은 거뜬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장례식장처럼 종이그릇이 아닌 이상 밥을 먹으면 설거지를 해야 한다. 더러워진 식기와 컵, 그릇을 원상태로 되돌린다. 지저분해진 책상을 정돈하고 분리수거를 한다. 일상을 보전하기 위해 청소기를 돌리고 다음날 먹을 밥을 짓고 샤워할 때엔 화장실을 청소하고 잔다. 졸릴 때 잠들고, 배고플 때 먹고,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하고, 여행가고 싶을 때쯤 훌쩍 떠날 수 있는 황홀한 삶을 사는 이는 얼마나 될 것인가. 아무도 없을 걸, 하면서도 어딘가 있겠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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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를 만들려고 81글자를 써보려 했는데 단 81글자를 쓰는 것도 쉽지 않아 일주일을 미룬다. 그러면서도 이 페이지에 몇백 자를 쓰면서 컴퓨터 바이트 낭비를 한다. 아마 나는 절망보다는 양가감정과 모순된 행동을 다룰 것이다. 앞으로도 종이와 잉크를 낭비하며 살 것이다. 맑은 이의 얼굴을 부러워하면서도 음울함을 놓고 싶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오직 마음이 평화로웠으면 하면서도 기대를 결코 놓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일상생활 부적응자’다. 그리고 부적응자의 음악을 듣는 당신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