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빠리 루미에르, 아주 고급진 향, 네, 아주 비싸더군요.
나의 모든 감각 중에서 제일 발달된 감각은 후각이다. 미세한 냄새도 남들보다 잘 맡는다. 어렸을 때 뜨겁게 데운 갱엿 냄새를 맡다가 코를 덴 기억도 있다. 장마철 덜 마른빨래 냄새, 땀에 전 티셔츠 냄새 싫어한다. 그리고 식탁에서 나는 행주 냄새도 싫고, 화장실의 눅눅한 공기 냄새도 싫다.
참 유별나다. 옷에서는 섬유유연제 향이 과하지 않게 적당히 나는 게 좋다. 바짝 마른 냄새는 면이 최고다. 흰 티셔츠나 메리야스를 삶아서 햇볕에 잘 말린 날에는 바삭거리는 냄새가 난다.
향수는 인위적이라고 해서 호불호가 극명하지만 나는 향수를 굉장히 좋아한다. 화장의 완성은 향수를 뿌리는 일이고, 패션은 완성은 향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향기로 상대에게 매력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향수를 뿌린다. 시간이 지나서 체취와 향수의 향이 적당히 어우러졌을 때 손목을 코에 대고 킁킁거리는 버릇이 있다. 내 향수 냄새를 맡을 때 묘하게 흥분된다. 약간 변태 같지만 손목 냄새 맡는 게 좋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아가는 쥐들처럼 좋은 향을 풍기고 지나가는 사람은 따라가고 싶고, 모르는 이에게서 익숙한 향수 냄새를 맡았을 땐 내적 친밀감이 피어나기도 한다.
아주 오래전에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의 향수 냄새가 좋아 실례를 무릅쓰고 무슨 향수인지 물어서 면세점에서 바로 구입한 적도 있다. 이름도 꽤 사랑스러운 겔랑의 샹젤리제. 뿌릴 때마다 '오~샹젤리제~'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같은 물건은 500원이라도 싼 판매처를 찾고, 1+1 좋아하고, 마감 세일 좋아하는 짠순이지만 향수만큼은 고가의 제품을 쓴다. 향수라는 물건은 비쌀수록 고급스러운 향이 난다.
어떤 향은 나를 꽃밭으로 데려가고, 어느 날엔 무화과나무 아래 앉혀 놓는다. 상큼하고 발랄한 아가씨가 되기도 하고, 농염하게 익은 붉은 앵두가 되기도 한다. 향기에 취하는 것은 대부분 나다. 그 취기가 짜릿하게 행복하다.
향수를 선물 받았다. 몽빠리 뤼미에르, '파리의 빛'이라는 이름만큼 향이 황홀하다. 첫 향은 선연하고 잔향은 청연하다. 속살이 은근히 보이는 까만 블라우스에 단정한 H라인 스커트를 입고, 7cm 스틸레토 힐(밑부분이 좁고 높은 여성용 힐)을 신은 다음 마지막에 몽빠리 뤼미에르를 뿌리는 거야.
오오, 염염한!
이 글은 작년 생일에 향수를 선물 받고 쓴 글인데, 일 년이 지나 올해에도 생일선물로 똑같은 향수를 선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