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가 들어가면 애매해지는 말이 있잖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것이 사람과 다른 생물 사이에, 사람과 물건 사이에 오고 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과 물건 또한 나와 시간과 공간을 나누고 있으니까. 나를 품은 채 버려진 물건들이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될 것인지 생각해 본다면, 함부로 소유하거나 버리는 일이 두려워진다.
무정 에세이, 부희령, 사월의책, 165 쪽
사물은 인격은 없지만 자격이 있다. 물건을 곁에 들일 때 내 옆에 있어도 되는 자격을, 오래오래 함께 해도 된다는 자격을 준다. 비록 나 혼자만의 행위겠지만 말이다.
내 이름으로 된 첫 번째 재산은 흰색 아반떼이다. 올해로 16년이 되었다. 대형 세단에 비해 승차감이 좋지는 않지만 다른 차에 마음을 주고 싶지 않을 만큼 나는 여전히 아반테를 아낀다. 언제 어디든 내가 원할 때 함께 떠나 주었고, 그저 아무도 몰래 울고 싶을 때 나를 그 안에 품어주었다. 나의 아지트였고, 나의 노래방이었으며, 나의 발이었다. 때로는 나만의 카페가 되기도 하고 졸음쉼터가 되어 주기도 했다.
새 차를 샀지만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주자창에 장시간 방치하여 방전이 되기 일쑤인데도 버리지도 누굴 주지도 못하며 이별을 미루고 있다. '이건 이래서 소중하고, 그건 그래서 각별해' 하며 물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어쩌면 집착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린다는 뜻의 '집착'. 소중하고 각별하게 여기는 내 마음은 집착이아니라 애착이다. 내가 아반테를 아끼는 마음은 애착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애착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