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주는 위안
책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아요. 그 안에 담긴 당신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더합니다. 책을 읽으며 당신 생각을 더 할게요.
새로운 이름을 하나씩 붙일 때마다
믿을 수 없는 도취적인 감정이 몰려왔다.
혀에 닿는 그 달콤한 꿀,
전능함에 대한 환상,
그 사랑스러운 질서의 감각.
이름이란 얼마나 좋은 위안인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곰출판, 89쪽
이름 짓는 행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행동이다. 명명하는 것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처음부터 특별한 사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름을 지어 부르면서 아무 사이가 아니었던 사이는 조금 가까워지고, 각별한 사이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커지기도 한다. 때로는 나만의 것이 되는 마술주문 같다.
스타벅스가 다른 커피 전문점처럼 진동벨을 쓰지 않는 이유는 고객의 이름을 부르면서 한 번 더 눈을 맞추며 소통하기 위한 의도라고 한다. 주문한 음료를 건넬 때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이름을 호명하는 ‘콜 마이 네임’ 서비스는 전 세계의 스타벅스에서 한국이 최초로 시작했다. 닉네임을 짓는 것은 나지만,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상대방이다. 이름은 소통의 문을 여는 문고리이다. 이름을 부르는 것은 문고리를 당기는 것, 곧 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다.
이름은 그저 글자에 불과하지만 소리 내어 부르면 곧 살아있는 사람이 된다. 말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예쁘다 예쁘다 말해주면 정말 예뻐지고, 잘한다 잘한다 말해주면 점점 잘하게 되는 것처럼.
어떤 이름으로 불러주느냐에 따라 그 말은 이내 살아나서 고유한 빛을 낸다. 불리는 내내 그 사람을 그렇게 살게 한다. 명명(命名)함으로써 명명(明明)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이름의 신비이다. 이름이란 얼마나 좋은 위안인가.